[영화] 거북이 달린다 (2009)

그해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많은 이들이 주저없이 손꼽을 '타짜'에 등장해서 카리스마적인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김윤석. 아귀가 보여준 포스는 아직도 잊기 어렵다. 그때부터 뒤늦은 그의 시대가 오는 것 같더니 추적자로 대박을 내고, 이 거북이 달린다를 통해 완전히 흥행배우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송강호에 이은 대기만성형 영화스타가 또 한명 탄생하는 것일까. 실력파 배우가 늦게라도 주목을 받아 '사필귀정'을 실감하게 해주는 것은 언제나 기쁘다. (그 이면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많은 별들이 그렇게 사라져갔는가는 잠시 잊도록 하자.)
영화는 이른바 '한국형 무엇무엇'의 갖가지 버전을 버무려놓은 듯한 모양새를 보여준다. '한국형 경찰' '한국형 서민' '한국형 가부장' '한국형 액션' '한국형 수사물' 등등등
그 옛날 투캅스에서부터 이어져온 한국영화 특유의 경찰 이야기로부터 시작해서 요즈음에는 익숙해진 듯한 우아한 세계 필의 찌질한 한국형 가장의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식상할 수도 있는 수많은 소재들을 그래도 감독은 맛있는 비빔밥처럼 잘 섞어서 내놓는다.
일에 치이고, 힘들지만 자식과 마누라를 위해 뭐라도 해주고 싶은 우리네 가장의 이야기. 하루하루 삶에 찌들어있고,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지만 모든 것을 걸고 가정을 지키는, 친숙하고 후줄근하지만 그래도 빛이 나는 가장. 하지만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는 그러한 가장의 이야기. 그래서 현실은 운수좋은날일 뿐이지만, 그래도 그 현실을 조금은 잊고싶은 우리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이야기.
어쨌든 쓸데없는 생각을 빼고, 가벼운 마음으로 보면 짧지 않은 시간을 즐겁게 해주는 영화. 스탭롤이 올라간 이후에도 한국인의 감성을 자극하는 많은 '한국형' 양념들이 여운을 남기며 즐거운 기분을 유지시켜준다.

덧글

  • 양웬리 2009/10/06 00:05 # 답글

    홍진호 735일만의 승리와 함께 내 우울한 시절을 달래주었던 영화였지ㅋ
  • Lucifel 2009/10/06 09:01 #

    그야말로 기분전환용으로 적절한듯. 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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