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Brother는 이렇게 조용히

얼마 전 한겨레신문에 [이 기사]가 난 것을 보고 잠시 두려움에 떨었다.

기사 내용은 이른바 '형사정보 통합시스템'이 조만간 시행될 예정이라는 것. 지난해 말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고, 이제 시행령이 입법예고되어 조만간 실제로 가동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일단 저 엄청난 시스템이 가동될 것이라는 사실에 두려웠고, 저런 엄청난 사실이 각 중앙일간지에 대문짝만하게 나는 것이 아니라 한겨레신문의 작은 꼭지 하나로 다루어지고 그냥 지나가버린다는 것에 또한번 두려웠다. 정녕 내가 사는 이곳은 자유 대한민국이 맞는 것일까.

법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아 세세한 내용까지는 알 수 없지만, 기사 내용에 따르면 저 형사정보통합시스템이라는 것의 골자는 모든 형사관련 사건 기록과 정보를 한데 모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국가기관에서 활용하겠다는 것 되겠다. 단순히 검찰이 경찰의 마무리되지 않은 수사내용등만 열람할 수 있게 하는 정도를 넘어, 국세청이나 국가정보원 등에서도 인증절차만 밟으면 개인의 사건과 관련된 거의 모든 기록을 들여다볼 수 있게끔 해놓겠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해 한번 범죄 근처에 갔던 놈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정보를 국가기관이 편안하게 열람할 수 있도록 데이터화해놓고 관리하겠다는 것.

혹자는 형사사건처리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범죄검거율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효율적 형사사법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러한 생각은 '정의로운 공권력'에 대한 순진한 신뢰가 남아있는 어린이가 하는 것이 아닌 다음에야, 공권력이 개인의 자유를 어떻게 억압해왔는지를 전혀 알지못하는 역사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고 밖에는 할 수 없다.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는 강대한 권력이 개인들의 정보를 독점적으로 확보했을때 일어날 수 있는 폐해에 대해 흥미롭게 다루고 있거니와-다소의 영화적 과장이나 음모론에 관한 이야기들은 대충 필터링하고 보자-, 영화의 보조를 받지 않더라도 한곳에 집적된 막대한 양의 정보를 국가기관이 독점적으로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 자체로 안그래도 큰 국가기관의 개인에 대한 통제력을 무한대로 확장시켜주는 것에 다름아니라는 것을 생각해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결국 이처럼 정부가 Big Brother 노릇을 하게되면 모든 국민은 마치 판옵티콘의 죄수들처럼 자신의 행동이 기록에 남겨질 수 있다는 사실에 두려워하여 스스로 행동을 조심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순간에도 전과자가 받는 사회적 취급이 어떠한지를 많은 이들이 알고있는 상황에서, 훨씬 더 많은 이들의 구체적 형사사건 기록을 국가가 전방위적으로 관리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무언의 통제, 보이지 않는 감시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제도의 등장을 지켜보게 되지 않겠는가.

더군다나 이러한 통제의 가능성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집적된 개인에 대한 정보는 그자체로 강력한 무기로서, 정부나 권력에 공공연히 반대하는 이들을 무력화하기 위한 도구로 효과적으로 활용될 것이다. 지금도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사람 하나를 범죄자로 만드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은 모두가 공유하는 암묵적 진실이다. 거기에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호랑이에 날개를 다는 격이니, 국가시책에 비판적 발언을 내뱉는 불순한 인사들이 절차적 하자없이 범죄행위로 잡혀가는 모습을 잊을만할 때마다 한번씩 구경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이런저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법은 지난해 말에 이미 통과되었고, 시행령이 조용히 입법예고 되었다. 정녕 Big Brother의 시대는 이렇게 조용히 도래하고 마는 것인가.

ps. 물론 이것은 현 정부의 시책을 비판하는 입장에서 쓰여진 글이지만 그렇다고 'MB까는 글'은 아니다. 적어도 기사에 따르면 이러한 법체계의 준비는 2004년부터 이루어졌던 것이고, 현 정부는 그것을 계승-발전하여 실제로 실현하려고 하는 것이니까. 그러고보면 때로 떠오르는 의문이 있다. 과연 '한국형'자유주의자의 아이돌이었던 고 노무현 전대통령은 자유주의자 이시기는 했던 것일까?

덧글

  • 흐음 2010/02/09 19:21 # 삭제 답글

    어느 곳을 헤집어 봐도.. 노무현의 망령이 진짜.. 문제라고 봅니다.

    환경운동같은것도 아무리 쥐박이가 지랄이니 해도 실제로 현안으로 내려와서 딴지 걸어보면 시작은 거의다 노무현작품이거든요.
    환경운동은 대표적인 예일 뿐이고, 노동문제나, 인권문제도 별반다르지 않지요..

    반엠비를 외치며 부관참시를 해보면 매번 시작은 노무현이니.. 이것참...
  • Lucifel 2010/02/10 09:25 #

    이게 다 노무현때문이다! 는 여전히 유효한 농담인것일까요. ㅎㅎ
  • 파애 2010/02/09 22:34 # 답글

    공감 갈 시간이 왔어요 ㅇㅇ ;;;
  • Lucifel 2010/02/10 09:25 #

    논 자유에 모미 아냐
  • 도르래 2010/02/10 00:28 # 답글

    뭐 전 국민들의 열손가락 지문을 합법적으로 채취하는 전세계의 몇안되는 나라에 살고 있는 국민들이 이런사안에 '민감하면' 그게 더 이상할지도 모르겠네요;;;
  • Lucifel 2010/02/10 09:26 #

    뭐 그렇기도 합니다만... 어쨌거나 두렵군요. 꿀벅지니 호모니 하는 문제에서는 벌떼같이 들고일어나던 수많은 이글루스의 자유의 수호자분들은 정작 이런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나봅니다.
  • 오해 2010/02/11 01:41 # 삭제

    오해입니다. 자유의 수호자가 아니라 아이돌과 호모와 2차창작물저작권의 수호자입니다. 고객님께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 Lucifel 2010/02/11 09:52 #

    오해/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제가 지칭한 '자유의 수호자'는 문죄되는 표현들을 반드시 써야겠다는 표현의 자유 신봉론자들을 말하는 것이었는데 말이죠.
  • ... 2010/02/10 07:57 # 삭제 답글

    확실히 악용될 소지는 있겠지만 님하들 같은 장삼이사에겐 써먹을 일도 없으니 안심하세염.
  • Lucifel 2010/02/10 09:26 #

    바보는 외울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상상할줄 모르는 것이다.
  • ... 2010/02/10 14:57 # 삭제

    좌우명으로 삼으셨다면 평생 곱씹으셔야 할듯.
    자기가 남들보다 상상력이 뛰어난줄 아는 중생이 많아유 껄껄.
  • toRoad™ 2010/02/10 15:03 #

    ....가능성에 대한 탐구야 말로.

    비참한 최후를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생각되는군요.
  • Lucifel 2010/02/10 19:28 #

    .../ 평생 곱씹도록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님같은 그런 '중생'이 많아서 걱정입니다.

    toRoad/ 자기가 한번 당해보면 정신차리겠죠. 이미 늦겠지만.
  • 몽몽이 2010/02/10 22:45 #

    Lucifel // 상상력이 부족해서보다는 과잉해서 피해가 많았죠?
  • 네리아리 2010/02/10 22:55 #

    집에나 가서 남아있는 방학숙제나 해라.
  • PG덴드로 2010/02/10 09:41 # 삭제 답글

    노무현은 대통령 그만두고 난 뒤에 생각 바뀌면서 반성이라도 시작했다지만...(한 5년만 일찍 반성하지 그랬니?)
    자칭 노무현의 후예들은...
  • Lucifel 2010/02/10 19:29 #

    홍세화씨가 오랜만에 독설을 푼 모양이더군요. '더 뻔뻔한 자들의 존재가 너희들의 존재의의의 거의 전부냐' ㅎㅎ
  • 들꽃향기 2010/02/10 14:12 # 답글

    잘 읽고 갑니다. 그런데 이런 정책은 오히려 자신들과 범죄자들은 '다르다'라고 생각하는 중산층 상당수의 지지를 받아서 정착할 가능성이 높으리라고 봅니다.(즉 범죄자 정보통합관리로 인해 그만큼 범죄자들이 더 관리가 잘되리라는 기대(?)와 함께 말이죠.)

    이러한 문제는 정권이 바뀐 후에도 개정은 커녕, 오히려 이에 대한 비판이나 가능해질련지 모르겠군요....걱정이 태산입니다. ㄷㄷ
  • Lucifel 2010/02/10 19:29 #

    그렇지여. '나는 범죄와는 1mm의 연관도 없을 거야'라고 하는 이 나이브한 사고... 그런데 참 깨기 어려울 것 같네요 ㅎ
  • uto 2010/02/10 14:58 # 삭제 답글

    근데 영화에는 저런거 까부시는 해커들이 있던데 왜 현실에는 없을까? 다 저거 만드는데 취직한건가?
  • Lucifel 2010/02/10 19:30 #

    우리도 집적된 개인정보에 대한 해킹사례는 때때로 발견되고 있습니다. 얼마전 옥션 사건도 있지 않았던가요? 그게 해킹 맞았는지는 헷갈리는군요 --;;
  • renge1994 2010/02/10 14:59 # 답글

    침략전쟁 도우미에 찬성하고,
    공무원 노조하고싶으면 공무원하지마라(는 식으로) 얘기했던 자칭 타칭 자유주의자도 있으니까요^^
  • Lucifel 2010/02/10 19:30 #

    아 최근에 사진 잘나온 그분인가요 ㅎㅎ
  • 마무리불패신화 2010/02/10 19:09 # 답글

    저 시스템 자체만을 놓고 보면 효율적일 것 같은데

    문제는 저걸 쓰는 사람들이......
  • Lucifel 2010/02/10 19:31 #

    효율적으로 사람을 감시하는 체제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가 없습니다.
  • 몽몽이 2010/02/10 22:48 #

    Lucifel // 효율적으로 감시하는 체제가 없는 나라는 없죠. 수사나 첩보 활동엔 감시가 없나요?
  • 왜 안돼는데? 2010/02/10 21:22 # 삭제 답글

    효율적으로 사람을 감시하는 체제는 어떠한 이유로도 왜 정당화 될 수가 없냐? 그럼 너처럼 절라도에서 강도짓하고 서울에 와서 강간하며 돌아다니는 놈은 절라도와 서울을 형사들이 왔다갔다하면서 "아 이놈이 이런놈이구나"하고 도서관에서 일일이 책찾듯이 해야한다는 말이냐? 그리고 더욱 이 정책을 시급히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당신과 같은 좌파꼴통들이 전철옆에 타고있다고 생가해보시요 얼마나 소름끼치요.. 당신같은 사람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기때문에라도 이 제도는 빨리시행되야 하오
  • 으음 2010/02/10 22:02 # 삭제

    얘는 피해망상증이 있나봐
  • 소름끼\'치요\' 2010/02/11 01:43 # 삭제

    좌파꼴통한테 후장따인적 있나보다ㅋ 완전 두려움에 떨고있넼ㅋㅋㅋ
  • PG덴드로 2010/02/11 09:08 # 삭제

    옛다, 관심.
  • Lucifel 2010/02/11 09:54 #

    옛다. 관심. 2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정치적 입장을 생각해도, 이런사람 보면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것이 또 인지상정이네요. ㅋ 벌금형 정도는 맞을듯한데.
  • 이상하네 2010/02/25 17:15 # 삭제

    악용될것분명하다는것 역시 피해망상되겠슴다.
  • 리퍼 2010/02/10 21:57 # 답글

    이러다 여차하면 인간 조종도 할 기세. 감시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거지요.
  • Lucifel 2010/02/11 09:55 #

    오웰의 상상력은 현실이 되어버릴 기세고 말이죠.
  • 몽몽이 2010/02/10 22:47 # 답글

    아마 저것은 정권과 무관하게 벌금 납부 안하고 도피 생활 내지는 소득을 올리기까지 하는 넘들을 잡기 위해 도입된게 아니었나 싶은데...
    그런 취지로 뭔가를 한다는 말은 있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분명 그런 필요가 있기도 하고요.
  • Lucifel 2010/02/11 09:56 #

    그런 것보다는 죄짓고도 솜방망이 판결에 사면까지 받는 한국의 황제부터 처리하는것이 더 많이 필요할것 같군요.
  • 마무리 2010/02/11 00:24 # 답글

    저 기사와 이 글을 논지를 보면서도 "그렇게 될리가 없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학습능력이 크게 결여된 분들 같네요.
    매일같이 밀려오는 기사들과 뉴스를 접하고도 그런 결론에 도달하다니, 이쯤되면 눈 뜬 장님 소리를 들어도 억울하지 않으시겠습니다?
  • Lucifel 2010/02/11 09:56 #

    아무래도 '범죄는 남의 일'이라는 인식이 강한 탓이 아닌가 싶습니다.
  • 다복솔군 2010/02/11 09:02 # 답글

    흐음... 심각한데요;; 확실히 말입니다. 마지막이 노무현 까기 레토릭인건 개운치 않지만, 사실은 사실이니까요.
    지난 정권에서 있을랑 말랑 했던 "경찰의 독립성"인가는 이미 개밥그릇에 들어간 것 같고...
    여하간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저 법을 단기가네 막을 수 없다면, 최대한의 제제조치(아무나 볼 수 없도록 하는 절차 같은걸)라도 입법이 되야하는데..
    이런 문제의식이 공론화라도 될 수 있을지 걱정스럽습니다. 하지만 이런 법의 중요성은 루시펠님말마따나 한겨레도 관심 없을 뿐이고..
    = ;; 명색이 진보를 표방하는 언론이 이래도 되는거야? ;;아니..
  • Lucifel 2010/02/11 09:57 #

    한국의 자유주의는 자유주의자들이 수호해야 합니다. 중도우파정당의 지지자분들이 채찍질을 많이 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 ㅎㅎ
  • 식상한감자 2010/02/11 10:29 # 답글

    저 위에 댓글 보면 자유주의를 좌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좀 있나 봐요 ;;
  • Lucifel 2010/02/12 10:06 #

    색깔론은 한국의 전통이니까요 ;;
  • 김우측 2010/02/11 11:23 # 답글

    음. 하지만 정보의 관점에서 볼 때에는, 그렇게 열람할 수 있는 시스템은 충분히 장점이 있어 보입니다. 말씀하셨듯이 문제는 그것을 열람하는 자들이 잘못되게 사용할 여지가 있다는 것인데, 그 점에 대한 충분한 안전장치를 걸어놓는 쪽의 논의도 있었으면 좋겠다 싶네요. 물론 그 논의가 현실적이냐라고 묻는다면 좀 서글퍼지긴 하지만 말입니다..
  • Lucifel 2010/02/12 10:07 #

    '충분한 안전장치를 걸자' vs '안전장치에 대한 맹신이 더 위험하다' 의 구도로만 흘러가도 훨씬 낫겠습니다만, 애초에 그럴 정도 상황이 아니지요. 어쨌든 안전장치라는 것도 결국 사람이 운용하는 것이니, 가장 좋은 것은 위험을 피해가는 것 되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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