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지역적, 이념적 의미에서의 좌파와 우파

0.
좌파와 우파를 어떻게 개념지을 것이냐 하는 문제에 관한 이 글은, 사실 꽤 오래전부터 써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으나, 일단 문제 자체가 그렇게 간단하게 다룰 수 있는 주제가 아닌데다, 그것을 짧고 읽기 쉽게 쓰기에는 나의 필력이 모자라기도 하고, 괜시리 섣부른 접근을 하다가 망친 글이나 내놓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기도 하는 등의 이유로 인하여 계속 미루고만 있었더랬다. 그러던 와중 개그물을 하나 발견하였으니 그것이 바로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

글쓴이 입장에서는 나름 진지하게 쓰려고 한 것 같기는 한데-어쩌면 그게 더 문제인지도-읽는 내내 어떻게 저렇게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내용을 '나는 모든것을 다 알고있다'는 듯한 태도로 풀어쓸 수 있는지 충격과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 솔직한 감상이다. 뭐 어쨌거나 그 포스팅 덕에 설령 그 내용물이 좀 불만족스럽더라도 미루고 있던 글을 대충이라도 써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무지가 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편이지만, 아무리그래도 이렇게 잘 모르면서 다 아는것처럼 구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리고 미루다가 결국 쓰지 않았을지도 모를 이글을 쓸 동력을 제공해주신 트랙백한 원래글의 글쓴이께 감사를 드리면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이 글을 통해서는 좌파와 우파의 개념에 대한 가벼운 고찰-'좌파'개념을 중심으로-을 시도할 것이며, 원글에 대한 반론을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다. (원글에 대해 이렇다할 반론을 펼칠 가치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 것은 아니다)

1.
이른바 좌파와 우파, 혹은 진보와 보수라는 말의 사회적 의미를 채우는 것은, 해당 단어들의 사전적 의미부터가 상대적으로 쌍을 이루고 있는 탓에, 직관적으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고, 몇가지 측면에서의 고찰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물론 그런 작업을 굳이 머리써가며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견해도 있을 것이고, 그 또한 그 나름의 일리가 있는 견해라고 생각한다-그러한 경우에는 개별적 정책이나 사회적 문제에 대한 실천을 두고 입장의 차이를 논쟁하면 될 일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이 좌우나 진보/보수의 개념이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왕 개념을 사용하기로 했다면 '복잡하니 대충 넘어가자'는 것은 안될 일인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치적-사회적 의미에서의 좌파와 우파를 규정하는 내용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생각건대 좌파와 우파의 개념을 채우는 작업을 하는 과정에 있어 고려해야 하는 요소에는 거칠게 나누어 세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는 역사적 측면이다. 프랑스혁명당시 급진공화파(자코뱅)와 온건공화파(지롱드)가 의회에서 어느 위치에 자리잡았는가로부터 시작했던 '좌파/우파'라는 구분은, 이후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구체적 내용이 지속적으로 변화해 왔다. 따라서 1900년대 초와 1950년대, 그리고 21세기의 좌파라는 말이 가지는 의미가 각기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시적으로 볼 때, '좌파'의 위치에 서서 지속성을 가지고 당대의 '좌파적 실천'을 수행하는 집단은 항상 존재해왔다. 일반적으로 좌파정당이라고 불리우는 집단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의 한 부분은 이러한 역사적 실천의 결과로 형성되어온 것이다. 오늘날 유럽의 사회민주당류 정당들이 사실상 우파에 가까운 실천을 하고 있음에도 일반적으로 여전히 좌파로 분류되는 것은, 이와 같은 시간의 흐름과 실천의 누적으로 형성된 정체성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두번째는 지역적 측면이다. 트로츠키 등이 주창한 불균등발전의 이야기를 복잡하게 꺼낼 것도 없이, 세계의 각 지역이 그 나름의 특색을 가지고 서로 다른 수준에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게 각 지역의 사정이 다르다면 그러한 사정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의 '좌파'가 가지는 함의도 다소간의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다. 즉 유럽, 미국, 제3세계에서 좌파의 의미는 각기 조금씩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족주의와 같은 우익적 사상도 지역적 상황에 따라서는 때로 좌파운동과 결합하여 좌파세력을 형성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NL과 좌파의 연합체였던 한국의 민주노동당(분당이전) 역시, 민족주의세력을 품고 있었음에도 한국의 특수한 상황하에서 좌파정당으로서의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다만 현재 기존의 당내 좌파가 대부분 떠난 상태인 민주노동당을 여전히 그렇게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물론 지난 10여년간의 실천이 형성해놓은 정체성이 있기에 여전히 좌파정당의 개념요소를 포함하고 있기는 할 것이다)

세번째는 이념적 측면이다. 앞서 쓴 바와 같이 좌파의 함의는 시공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와 지역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좌파의 개념요소라고 할 수 있는것이 이 이념적 요소이다. 표현하기에 따라 인본주의라고도 할 수 있고, 인간해방에의 지향이라고 할 수도 있고, 평등의 추구라고 할 수도 있는 이것은, 또한 시대와 장소적 상황에 따라 발생하는 변화를 수용하거나 때로는 이끌어가는 중심에 있는 원리와도 같은 것이다.

따라서, 세번째의 이념적 요소가 좌파의 개념을 구성하는 것으로서는 가장 중요하다 할 것이며, 여기에 앞의 두가지 요소를 통한 수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좌파라는 개념의 내용을 채워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세가지 측면에서의 개념요소에 대한 간략한 검토를 마쳤으니, 한국의 상황을 이러한 틀에 맞추어 들여다보기로 하자.

2.
역사적 측면과 지역적 측면에서, 한국사회 좌파의 의미를 고찰하기 위해서는 20세기 중반으로 거슬러올라가야 한다. 당시 일제에 대한 독립운동을 수행하던 세력은 크게 우파인 민족주의 세력과 좌파인 공산주의(사회주의) 세력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것을 한국의 근대적 좌우개념의 시초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좌우는 이념적으로 상당한 차이를 가지고 있었지만 당면한 공동의 절대적인 적 '일제'앞에서 단결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그 대립이 크게 불거지지는 않았다. 어쨌든, 독립운동을 주도하던 세력의 상당수가 좌파였던 관계로 한국전쟁 이전까지 한반도 남쪽의 이념지형은 지금과는 같은 나라가 맞는가 싶을정도로 판이하게 달랐던 것이 사실이다.

해방이후 미국과 소련의 개입으로 분단이라는 역사적인 비극이 현실로 다가오게 되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어쨌든 38도선 이남에서 대한민국 정부를 구성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계속 진행되었다. 당시 기준으로 간략하게 분류를 해보자면, 이승만, 김구와 같은 이들이 이끄는 우파세력과 조봉암, 박헌영 등이 이끄는 좌파세력이 그러한 역사의 한가운데에서 활동하고 있었던 것이다-좌우 각진영의 안으로 들어가면 또다시 이념적 차이가 나타나지만 편의상 거칠게 분류하였다. 여기에서 북한과의 관계, 미국과의 관계 등 여러가지 요소에 대한 고려끝에 비합법의 길을 가기로 한 박헌영 계열의 급진좌파는 지하로 들어가 혁명을 준비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온건좌파라고 분류할 수 있는 조봉암 계열은 의회주의 전술을 채택, 제도권정치의 장에서 제헌의회에 참여하게 된다. 앞에도 썼듯이 이전의 독립운동에서 좌익세력의 영향력은 상당한 것이었기 때문에 제헌의회에서도 좌파의 영향력은 적지 않았다. 이는 제헌헌법이 현재의 헌법에 비해 상당히 좌경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는 사실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이후 한국전쟁이라는 사상 최악의 비극을 겪은 남한의 좌파는 반공이데올로기라는 새로운 적에 의해 또다시 비극을 맞는다. 전쟁을 전후하여 공산주의자로 몰린 수많은 사람들이 학살되는 과정에서, 우선 지하로 들어갔던 한국의 급진좌파가 물리적으로 제거되었다. 여기에 이승만의 장기집권 기도라는 또 하나의 비극이 맞물리면서, 제도권 내에서 활동하던 좌파였던 조봉암이 사법살인되고, 진보당마저 해산되어 사실상 한국의 정치-이념지형에서 좌파가 강제적으로 추방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후 국가권력에 의한 폭력과, 반공이데올로기라는 이념적 공세하에 적지않은 시간동안 좌파는 물리적으로 분쇄되거나, 변절하거나, 들키지 않도록 숨어들어가는 것 외의 선택의 여지를 잃게 된다. 결국 이 시점에서 한국의 제도정치권에 살아남은 것은 '이승만의 독재를 지지하는 세력'과 '독재를 반대하고 헌법상의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보수주의자' 뿐이었던 것이다. 70년 역사의 민주파의 뿌리는 이 이승만 독재에 저항하던 보수정치인들로부터 찾아볼 수 있으며 이들이 바로 '민주'의 이름을 계승한 한국의 정통 우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비극을 겪은 한국의 좌파에게는 슬프게도 아직 수차례의 비극이 남아있는데, 이번에는 군사독재의 등장이 그것이다. 4.19에 의한 이승만의 하야 후, 불안정해진 정국을 수습하겠다는 명목으로 군사정변을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박정희는 이후 유신을 통해 사실상 북한에 버금가는 왕조국가를 건설할듯한 기세를 보였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사회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의 관심사를 대체로 군사독재를 어떻게 끝낼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했다. 70년대를 거치면서 노동운동이 일어나고, 80년대에 주체사상이 유입되면서 그 이전의 시간동안 사실상 절멸된 것과 다름없던 '좌파'가 조금씩 형성되는 듯 보이기도 했지만, 이는 이전의 1940~50년대의 그것에 비하면 규모의 차원에서조차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것이었으며, 반독재투쟁 혹은 민주화라는 절대적인 프레임 안에서 왜곡된 형태로 형성되었던 것인 탓에 그 이념의 건강함 역시 장담하기는 어려웠다. 어쨌든, 반 군사독재라는 대의 앞에서, 과거 이승만 독재에 저항하던 이들을 계승한 정치인들과 사회운동의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 함께 싸우게 되지만 엄밀히 보자면 이러한 대정부 투쟁세력은 '좌파'라고 부를 수는 없는 것이었다. 오히려 운동진영내에서 대부분의 지분을 확보한 세력은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중도보수 세력이었으며, 좌파의 경우 주체사상파를 제외하고 나면 그 비중은 사실상 극소수파에 불과했다고 보는 것이 옳았던 것이다. 이러한 한국의 조건속에서 이제 겨우 재형성되기 시작한 좌파세력은 사실상 독재를 끝내기 위한 운동에 힘을 보태는 수동적인 위치에 처하게 되었다. 이 시기에도 군사독재정권은 정권유지를 위한 주요한 도구로 반공이데올로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에 수많은 민주화 투사들이 '용공'혐의로 끌려가 모진 취급을 받았지만, 사실 그놈의 '좌익용공세력'이 그중에 진짜로 얼마나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마침내 87년의 위대한 싸움으로 군사독재의 시대를 끝내는 데는 성공하였으나, 이제 아름다운 미래가 펼쳐져야 할 것 같은 좌파의 앞길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여전히 비극이었다. 적지 않은 성장을 이룩한 노동운동진영은 노동계급의 직접적 정치세력화를 자신들의 과제로 설정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의 싸움은 현장에서의 임금투쟁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정치영역에 있어서의 싸움은 자유주의정치세력에 맡기려는 경향이 팽배해있었다. 그 와중에도 좌파 독자노선을 통해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좌파정치세력의 복권을 주창한 이들이 있었지만 이는 그야말로 극소수에 불과했다. 87년의 대선에서 이들이 꾸린 백기완 선거본부가 구성되어 오랜만에 좌파가 선거판에 재등장했지만, 결국 대선을 완주하지 못하고 당시 분열한 김영삼과 김대중의 단일화를 읍소하며 중간에 사퇴하고 말았다. 이것이 아직까지도 한국 좌파를 괴롭히고 있는 '비판적지지'라는 비극의 시작이다. 하지만 정작 군사정권의 청산이라는 역사적 사명을 떠안았던 양김은 대선을 맞아 분열하고 말았으며, 덕분에 어부지리를 얻은 노태우가 대통령에 당선, 청산은 5년간 연기되었다. (어쩌면 '시원찮은 자유주의 세력'이라는 비극도 이때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이후 한국의 정치사는 비극이라기보다는 희극에 가까운 양상을 보이게 된다. 군사독재정권의 잔재를 깨끗이 처리해야 할 역사적 의무를 지고있던 민주화세력의 거두인 김영삼이 3당 합당이라는 초유의 결단을 내리면서 그를 믿고 민주화의 가치에 헌신한 많은 이들에게 허무감을 안겨주었다-동시에 김영삼 본인의 행적에 대한 진정성 자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민주화세력의 일부가 군사정권의 잔존세력에 면죄부를 주고 우익진영의 더 오른쪽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고, 남은 김대중 계열의 중도우파 정치세력은 자연스럽게 '민주'의 이름을 계승하고, 민주주의라는 현대사의 주요 챕터를 장식한 개념을 자신들의 브랜드로 독점할 수 있는 엄청난 권리를 확보하게 되었다. 반면, 조봉암의 진보당이 폭력적으로 현실정치에서 배제된 후 생존조차 위협받던 한국의 좌파는 7,80년대를 거친 운동의 성장을 통해 유의미한 정치세력으로 자라날 기회가 있었으나, 절차적-형식적 민주주의의 실현을 추구하는 우익 정치인들에게 희망을 걸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의 부족과 더불어, 지독히 적대적인 환경속에서-반공이데올로기라는 운동진영 밖에서의 탄압, 비판적지지라는 운동진영 안에서의 탄압-그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 고작일 뿐이었다.

이후 타협한 김영삼 계열의 민주화 세력은 군사정권의 잔존세력들과 더불어 한국의 주류 기득권층을 대표하는 한나라당 계열로 살아남게 되었고, 끝까지 타협하지 않았던 김대중 계열의 민주화 세력은 '민주'의 이름을 이어받은 민주당 계열 세력으로서 마침내 역사적인 정권교체를 이룩하는데 성공하는 등, 한국 정치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우파일색'의 정치로는 인민의 삶이 근본적으로 나아질 수 없다고 판단했던 소수의 좌파세력은 지속적으로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라는 기치하에 독자노선을 걸었고, 92, 97년 대선을 거치면서 아주 조금씩 쌓아간 성과를 바탕으로 2000년에 민주노동당을 창당하게 된다. 이후 우여곡절을 거치며 천천히 당을 성장시켜나가다가,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는 NL계열과의 분화를 거쳐 오늘의 진보신당에 이른다.

이것이 한반도의 남쪽이라는 '지역'에서 '역사'를 통해 바라본 한국의 좌파와 우파에 관한 이야기이다.

3.
시대에 따라 구체적으로 요구되는 실천양태와 지향점이 변화할 수는 있어도 어디까지나 좌파의 이념적 지향은 평등과 인간해방이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 전원책 변호사가 MBC백분토론에 나와서 '인본주의는 좌파의 근간'이라고 했던 것은 정확한 표현이다. 그러한 지향을 현대사회에서 추구하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하는 구체적인 실천테제를 정립한 것이 이른바 진보정당의 강령 혹은 정책이라는 것들이다.

쉽게 일반화 시키기는 어렵지만, 대략적인 개념을 제시한다면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서 경제영역에 이르기까지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확장시키고, 사회적 소수자와 연대하며, 산업화의 후과인 생태계의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모든 종류의 전쟁에 반대하는 실천이 오늘날의 좌파이념에 부합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글쓴이가 과문하여 아직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 종류의 문제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념적으로 이러한 기준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정당 혹은 정치세력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지도 모른다. 설령 강령에 그러한 것들을 명시하고 있다 하더라도 현실에서의 실천을 제대로 만들어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이러한 문제들에 열린 자세로 접근하며, 이를 현실에 관철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하는 정치세력은 세계 어디를 가보아도 반드시 찾을 수 있다. 한국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이제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좌파'라는 말이 가리키는 의미가 조금쯤은 분명해졌을까.

4.
이러한 관점을 통해서 본다면 한나라당이라는 정치세력은 사실 현재 보수파의 위치에 있기는 하지만 보수라는 이름조차 아까운 군사독재세력의 잔재와 결탁한 한국사의 부끄러운 부분에 다름아니다. 하지만 군사독재의 역사를 청산해야 할 임무를 지고 있던 민주화세력의 일부와 손을 잡음으로서 정치적 면죄부를 획득했고,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다면 다른 것은 어찌되든 좋다는 우리사회의 풍조에 힘입어 여전히 주류와 기득권의 대표로서 잘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헌법상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오랜 시간을 싸워왔던 민주당계열 정치세력이야말로 진정한 정통 우파의 자리를 차지하여 과거의 슬픈 역사를 청산하고 제대로 된 보수주의자의 가치를 보여주어야 할 막중한 의무를 지고있다 할 것이다. 그렇건만 정권을 잡아보았기 때문인지, 오랜 색깔론 공세에 스스로도 세뇌되었기 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이제 민주주의나 독재청산과 같은 구호로는 더이상 장사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스스로의 정체성도 잊고 자신들도 진보가 맞네 어쩌네 하는 쓸데없는 싸움거리나 만들어내면서도, 정책적 부분에 있어서는 확실하게 보수정당 다운 면모를 보이면서 머리와 몸이 따로노는 행보만 보이고 있을 뿐이니 답답한 노릇이다. (사실 문화적 부분에 있어서도 호남의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에 와서는 이미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던 한국의 중도우파 정치인들은 10년간의 정권 획득으로 대가를 어느정도 얻었으며, 부끄러운 역사를 청산할 기회도 잡았지만, 그 기회를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놓쳐버림으로써 한나라당계열과의 차이점을 드러내는 것에 실패했다. 결국 사람들의 욕망을 부채질하면서도 승자독식의 게임의 룰만은 철저하게 지키는 한나라당과, 별다른 차이도 없는데다 자기가 누군지도 잊어버린 민주당류만의 정치로는 결코 정치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임을 확신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결국 경제의 문제가 중심 화두가 되고. 독재청산과 같은 구호는 이미 시효가 지나버린 오늘날의 상황에서, 한국정치 자체의 발전은 물론 어딘가 이상한 모양새가 되어버린 우파의 교통정리를 위해서라도, 결국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절대다수의 인민-무산계급의 이해관계에 맞는 정치를 추구하는 좌파정당의 발전이다.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지라도 이러한 전략을 취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계급적 이익을 떠나 사회전체의 '공익'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좌파의 짐이 무겁다.

덧글

  • 카라카스 2010/02/11 04:44 # 답글

    대한민국에 진짜 좌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장에 열받아서 쓰신 글 치고는 많이 고생하셨습니다.
  • Lucifel 2010/02/11 10:12 #

    열보다는 필을 받은거죠. 어차피 언젠가 쓸 이야기 였습니다. 공치사 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 카라카스 2010/02/12 00:58 #

    그렇습니까? 본문에 뭐 이런 좆같은 새끼가 다 있냐고 여러 문장에 걸쳐 적어놓으신걸 보면 어지간히 열 뻗쳐서 적으셨거나 저기 주인과 개인적인 원한관계에 놓이신 모양입니다만 ㅎㅎㅎ
  • Lucifel 2010/02/12 10:10 #

    정확한 정보가 아닌데도 그것에 기반하며 정확한 사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 글을 쓰는것이 웃겨서 개그라고 표현한 것을 가지고 그런 욕설로 받아들이시는걸 보니, 님의 정신세계도 참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 PG덴드로 2010/02/11 09:30 # 삭제 답글

    링크된 글에 나오는 그놈의 "한국적 좌파론" 운운은 이젠 정말 짜증난다능...
  • Lucifel 2010/02/11 10:14 #

    그냥 무식해서 나오는 이야긴데, 문제는 그런 소리를 하면서 자기가 똑똑한 척 한다는데 있는듯 합니다. ㅎㅎ
  • outsider 2010/02/11 13:35 # 답글

    현대사에 대해 한 마디 하자면 해방 이후에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에 대한 인식은 나쁘지 않았죠. 후에 미 군정이 조선정판사 위폐 사건 등을 통해서 좌파를 탄압하는 분위기를 만들면서 분위기가 변한 거고, 결국은 박헌영이 관에 누워서 북한으로 도망치는 사태까지 벌어졌죠. 제헌의회는 김구와 같은 보수주의자까지 배제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협소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 점 때문에 일부러 조봉암을 끌어들인 거겠지만, 나중엔 '내가 왜 조봉암을 끌어들인 걸까?'하고 후회했을 것 같다는 생각.
  • Lucifel 2010/02/12 10:13 #

    제헌헌법 내용을 요즘 헌법이랑 비교해보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요즘같아서는 반기업적이라고 난리부르스가 날 내용들이죠.
  • 유동닉 2010/02/12 02:16 # 삭제 답글

    이게 어떻게 저기 핑백 걸어둔 글이 무식하단 걸 증명하는 글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하네요.

    현재 서구의 좌파들은 과거 19c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자본가들의 착취와 억압에 저항해 조직적으로, 자생적으로 생겨난 노동운동 집단에 그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여기에 그 이론적인 근거를 여러 사회주의 사상가들이 제공했구요.)

    반면 소위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는 좌파들(해방 이전의 좌파 세력들은 글에서 쓰신대로 맥이 끊겼으니)의 근간은 4.19를 근간으로 해 1960년대 이후의 스튜던트 파워, 즉 학생운동에 기인합니다. 1970년대의 노동운동이란 것도 자세히 따지고 보면 PD계 인사들이 노동현장으로 뛰어들어 당시 박정희의 개발주의에 대항한 나로드니키식 계몽운동으로 주도한 게 주류적인 위치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서구의 노동운동에 의한 좌파이념'과 '한국의 학생운동에 의한 좌파이념'과의 결정적 차이를 들여다 보자면, '서구의 노동운동에 의한 좌파이념'같은 경우 본질적으로 노동자들의 이해 관계 자체를 대변하는 과정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것이지만, '한국의 학생운동에 의한 좌파이념'은 지식인들이나 학생층이 당시 서구 국가들에 있어서 혹은 구공산권 국가들에 있어서 보편 타당하다거나 진보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 되는 민중민족주의라던가, 사회주의등의 원칙과 교리에 입각해 박정희의 개발독재의 '부정의함'을 심판하기 위해 생긴 것이거든요.

    그러다보니 서로 이념적으로 조합도 제대로 안되고 잘 맞지도 않는 상태에서... IS파, PD파, NL파, CS파, 온건사민주의자, 자유주의개혁세력 등이 오로지 '친일친미파쇼군부독재타도'의 명분 아래에 모여 연합전선을 이뤘다가... 막상 그 '친일친미파쇼군부독재체제'가 1987년 이후 박살나고 나니.

    앞으로 어떤 나라를 그려 나가야 할지 통일된 노선이 전혀 존재하지 않거든요.

    그러다 보니 90년대 내내 자기네들 끼리 민족해방혁명이 우선이라느니, 민중민주혁명이 우선이라느니, 즉각 사회주의혁명을 해야한다느니 하는 주제로 밤새 떠들기나 하고. 백날 지들끼리 모여 논쟁하다 안되면 '일단 反한나라가 우선이다' 노선이고. '한나라당 일단 없애고 그 다음엔 어떻게 나라를 운영할 건데?'라는 질문에는 소위 그렇게 그들이 자신을 지지해달라는 빈곤서민 계층의 진정한 이해관계나 욕구가 반영되는 정치적 토의나 참여 과정도 제대로 이루어 지지도 않은 상태로 '스웨덴식 사민주의 국가'니, '베네주엘라식 민중주의 국가'니, '쿠바식 사회주의 국가'니를 갖고 입씨름하고.

    핑백글의 내용은 따로 있는게 아닙니다.

    현재 서구의 좌파정당들과 우리나라에서의 소위 좌파정당들의 진정한 지지 기반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얘기하는 것 뿐이에요.
    전자의 지지기반이 (현재는 쁘띠부르조아화 된) 노동자들이라면, 후자의 지지기반은 인터넷 아닙니까. 그도 아니라면 기껏해야 울산의 귀족노총들.

    '정치적 이념'이란 것이 시대적으로 기존 정치 세력에 도전했던 계층의 이해 관계에 그 본질적 근간을 두고 있다고 보면
    핑백 글에서 얘기한 서구의 그것과 같은 '진정한 진보좌파'가 없다는 말이 무식한 넘의 틀린 헛소리는 절대 아니죠.
  • Lucifel 2010/02/12 10:26 #

    본문을 안읽고 댓글을 이렇게 길게 빼시는건 곤란합니다.

    "현재 서구의 좌파들은 과거 19c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자본가들의 착취와 억압에 저항해 조직적으로, 자생적으로 생겨난 노동운동 집단에 그 근거"
    -> 본문 :급진공화파(자코뱅)와 온건공화파(지롱드)가 의회에서 어느 위치에 자리잡았는가로부터 시작했던 '좌파/우파'라는 구분
    -> 좌파가 사회주의와 등치된 것은 그보다 훨씬 나중의 일입니다.

    "'서구의 노동운동에 의한 좌파이념'같은 경우 본질적으로 노동자들의 이해 관계 자체를 대변하는 과정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것이지만"
    -> 이런 말도안되는 소리가 무지의 소치라는 겁니다. 댓글쓴분도 이미 댓글속에서 써놓고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그 이론적인 근거를 여러 사회주의 사상가들이 제공'이라는 문장이 무슨 뜻이겠습니까. 서구의 노동운동의 역사 역시 현장에서의 노동자들의 불만과 다른 사회를 추구하는 지식인들의 결합을 통해서 시작된겁니다. 맑스나 레닌을 비롯한 수많은 좌파 운동가들이 무슨 출신이었는지 모르는건가요?
    -> 혹시 아니면 서구에서는 노동운동에 학생출신 지식인이 결합했으니까 자생적 운동인거고, 한국에서는 노동운동에 학생출신 지식인이 결합했으니 뿌리가 없는 계몽운동인건가요? 멋진 논리입니다.

    본문에도 주욱 써놨지만 한국사회에서 좌파의 위치는 한국전쟁 이후 계속 협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세력을 형성하면서 다양한 사상이 복잡하게 얽히는 제3세계적 특성을 보이고 있기는 합니다만, 그럼에도 자생적 노동운동에 기반하여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이룩하려는 세력은 소수나마 꾸준히 있었고 그것이 이제 겨우 성과를 보이면서 현재 의회에도 진출해있는겁니다. 한국의 노동운동의 형성과정이나 서구의 좌파정당 성장과정에 대해 정확한 내용을 가지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월간조선에 실리는 수준의 정보를 가지고 '없다'라고 정의내리는 모양이 개그라는 겁니다.
  • 유동닉 2010/02/12 13:55 # 삭제 답글

    본문은 정독으로 모두 읽었으니 안읽고 쓰지 말라는 식으로 이야기 하지 말아주시구요.
    서로 조금 글의 투를 누그러 뜨렸으면 좋겠네요 ^^ 저부터 비아냥 거리는 표현은 최대한 자제하죠.

    "현재 서구의 좌파들은 과거 19c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자본가들의 착취와 억압에 저항해 조직적으로, 자생적으로 생겨난 노동운동 집단에 그 근거"
    -> 본문 :급진공화파(자코뱅)와 온건공화파(지롱드)가 의회에서 어느 위치에 자리잡았는가로부터 시작했던 '좌파/우파'라는 구분
    => 맨처음 서구의 좌파/우파구도가 생겨나게 된, '과거 초창기의 유럽의 좌파/우파 구도'를 말씀하시고 계시네요 18c 후반과 19c 초반의 프랑스에서의 좌파/우파의 예를 드신거죠. 제가 말하고자 하는건 '지금, 현재 유럽의 좌파/우파 구도가 성립된 계기'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겁니다. 저도 19c 말까지만 하더라도 유럽에서 좌파/우파의 구도는 자유주의-보수주의 구도 였단건 알고있어요.
    -> 좌파가 사회주의와 등치된 것은 그보다 훨씬 나중의 일입니다.
    => 예, 맞아요.

    노동자 불만 + 지식인 이론 = 좌파운동이라는 구도가 같은데 서로 왜 다르냐고 반문하시는데.
    겉으로만 봐서 그렇지 역사적으로 성립된 과정을 살펴보면 과정과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죠.
    제가 쓴 글에서도 그렇지만, 유럽의 경우 '노동자들의 억압과 착취'가 '사회 만연에 퍼져있다'라는 선행구도가 먼저 존재하고, 이에 자극 받은 지식인들이 나름 냉철하고 현실적으로 노동자들의 억압과 착취가 현실 사회에서 어떻게 어떤 구조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 뒷배경은 무엇인지 철저히 분석하고 이를 현실정치적으로, 그리고 과학적으로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한 끝에 내놓은 게 사회주의 이론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당시 억압받는 노동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면서 사회주의적 지식인 혹은 정치인들이 노조집단의 사회주의적 조직화를 이루게 되죠.

    그런데 대한민국 역사의 경우, 현재 '민노당'이라던가 '진보신당'이라던가 진보정당의 모태가 되는 정치세력은 1960년 4.19이후로 활성화된 '학생운동 혹은 재야운동'에서 기반하죠. 그리고 60년대의 그 학생운동 및 재야운동은, 과거에 있었던 진보당이나 혹은 좀 더 나아가서 남로당의 노선이나, 해외에 있던 기존의 여러 사회주의/진보주의 노선 등에 영향을 받은, 소위 여러 '진보적/좌파적 가치'에 부합하는 가치와 이념에 따라 당시 박정희 정권을 비판하고 타도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던 거거든요. 문제는 한국 사회의 경우 70년대 유신이 터지면서 본격적으로 개발독재가 심화되기 전까지는 사회 전반에 있어 '노동자들의 착취와 억압'이라 할만한 구도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거나 좀 심하게 말해서 매우 미약한 수준이었어요. (사실 민족해방주의 노선에 기반한 NL은 또 다르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만, 일단 그 얘기는 생략하도록 하죠)

    한마디로 줄여 얘기해서
    먼저 '문제점'이 생기고 그에 대한 '해결책'이 나온 게 현재 서구의 진보좌파의 구도인데 반해
    소위 한국의 진보좌파의 경우는 '해결책'이 먼저 나오고 그 다음 '문제점'이 나온 것이거든요.
  • 삐딱선 2010/02/12 18:17 # 삭제

    지나다가 끼어들어 봅니다.

    우선 앞 댓글에서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1970년대의 노동운동이란 것도 자세히 따지고 보면 PD계 인사들이 노동현장으로 뛰어들어 당시 박정희의 개발주의에 대항한 나로드니키식 계몽운동으로 주도한 게 주류적인 위치를 차지합니다.

    :이거 상당히 요령부득인 문장인데요. 1980년대 후반에 가서야 겨우 생긴 'PD'가 1970년대에 노동현장으로 뛰어들었다는 말이 대체 무슨 뜻이죠? 물론 "나중에 PD계열을 구성하게 되는 사람들"이란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해도 어폐가 큰 게, 당시 '노동현장으로 뛰어든 사람들' 상당수는 나중에 PD 계열이 아니라 '자유주의 세력'으로 가게 되니 말입니다. 게다가 '1970년대 노동운동'이라면, 그 주역들은 대체로 노동자들 사이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경우가 대부분이죠. 물론 그들의 각성에 지식인들의 노력이 꽤 도움을 주긴 했어도.

    한국에서의 사회주의 등장이, 님이 말씀하신 대로 노동운동 현장과 좀 거리가 있는 채 '학생운동 혹은 재야운동' 쪽에서 정권 타도를 위해서 강한 이념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시작된 측면은 분명히 있죠. 그런데, 현재의 진보정당에서 과연 그런 '도입된 사회주의'가 관철되고 있긴 한 건가, 혹은 정말로 현재의 진보정당이 '학생운동 혹은 재야운동'의 계승인가라고 묻는다면, 일단 이 두 질문부터 부정적으로 답할 수밖에 없겠네요. 정확히 말하면, 이념적으로는 '도입된 사회주의'가 짧게는 1987년 이후에 폭발한 노동운동의 막연한 친사회주의 경향을 만나 굴절하면서, 전반적으로 노동운동 자체가 밟고 있는 이념적 발전과정에 한 요소가 되었다고 봐야 할 거구요(물론 노둥운동 내부에서 이념적 추구를 하는 노동자들은 상당수 자기 스스로 사회주의를 공부하고 동의를 해 왔고.. 단병호 전 의원이 감옥에서 자본론 독파했다는 이야기가 그 예가 되겠죠). 조직적으로는 소위 '학생운동 혹은 재야운동'의 거의 대부분이 자유주의 세력에 참여한 상황에서 그 남은 공백을 '민주노총'이 채웠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겁니다.

    님의 표현을 빌자면.. '해결책'이 '문제점'보다 먼저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이미 그 '해결책'은 '문제점'을 제기하는 사람들과 만나서 수정되었기 때문에, 한국도 다른 나라들처럼 이제는 '문제점'이 먼저고 '해결책'이 나중인 상황이 되었다는 거죠.
  • Lucifel 2010/02/13 00:29 #

    죄송합니다만 본문 정독을 하셨다면 이번에는 맥락을 파악하면서 다시 한번 읽어주시기를 권합니다. 도저히 정독한 후의 리플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댓글이 길어지면 보기에 번잡하니 짧게 끊도록 해보겠습니다. 분량을 줄이기 위해 존칭도 생략합니다. 양해를.

    1 - 시민혁명기 좌파와 사회주의시절 좌파를 단절할 이유가 없음. 맑스나 그람시 등의 저작에는 자코뱅에 대한 언급이 많기도 하려니와 사상적으로 연속성을 가지고 있음. 내용이 달라고 그러한 연속성에서 '역사성'에 대해 서술한 것. 질적전환이 있었다고 주장하려면 그럴만한 근거가 필요함.

    2 - 유럽의 경우 문제가 선행하고 한국의 경우 '수입된 사상'이 선행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임. 70년대 전태일의 분신을 전후한 한국의 인민의 생활상이 어땠는지 전혀 모르거나 알면서도 모르는척 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주장. 70년대에 노동운동이 성장하고 80년대에 폭발적으로 터져나온 것은 그 이전에 지독한 억압상황에서 쌓여온 불만이 있었기 때문임. 댓글다신 분의 경우 한국 운동판에는 학출밖에 없는 줄 아는 모양인데 비학출도 상당수.
  • 유동닉 2010/02/13 01:06 # 삭제

    1. 18c 루소의 사상을 모태로한 급진적 자유주의(프랑스의 자코뱅)와 사회주의는 추구하는 면에서 말씀하신 대로 상당히 유사성을 보이고(사유재산에 관한 문제 의식 이라던지)... 가치면에서도 상당히 비슷한 면이 많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런데 둘이 '가치 혹은 정당성'면에서 공유하는 점이 많고 영향을 지대히 받았다는 것 혹은 거기에 더해 '좌'라는 정치적 스탠스를 이어 받았다는 것이지 '연속된 정치세력'이라고 보긴 어려운 것으로... 자신있게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저 또한 학부생 시절 레포트에 자코뱅 급진주의자들과 마르크스 사회주의자들을 연속된 정치세력으로 치환해 썼다가 교수 한테 낙제점 비바람을 맞았었죠.)

    맑스주의자들만 해도, 자신들의 '평등 혁명'은 역사의 변증법적 전개 과정에 따라, 생산수단 소유 관계에 있어서의 모순과 이에 따른 노동자들의 이해 관계에 기반해 '역사적 법칙'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자코뱅식 급진주의는 중소부르조아지들의 '평등 지향적 가치'에 대한 도의적 차원에서의 '평등 혁명'을 추구하기 때문에 '소부르조아 봉기주의'라고 일컫으며 자신들과 '철저히' 구별했죠.

    또 기본적으로 소위 체제 자체의 급진적 변혁과 변화, 평등 지향적이라는 궁극적 가치를 공통적으로 추구하지만 둘의 기본적인 역사관과 세계관은 심하게 말해 공통점 보단 차이점이 더 많이 부각 되구요.

    2. 학생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 된 것은 60년대 초반입니다. 그 기미는 이미 50년대 이승만 시절부터 보이기 시작했었죠. 그러나 노동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 된 것은 70년대 초반이죠. 그리고 그 기미, 즉 '억압받는 노동자 문제'가 사회의 전면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시계바늘을 최대한 거꾸로 돌려봐도 60년대 밑으로 가지는 않습니다(박정희가 본격적으로 산업화 정책을 추구하기 시작한 때). 적어도 사회주의적 운동과 그 사상의 도입과정에 있어선 노동자들의 권리를 대변하기 위한 노동운동보단 정권타도의 목적의 학생운동과 재야운동이 시초인 것은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 유동닉 2010/02/12 19:00 # 삭제 답글

    to 삐딱선님

    이거 상당히 요령부득인 문장인데요. 1980년대 후반에 가서야 겨우 생긴 'PD'가 1970년대에 노동현장으로 뛰어들었다는 말이 대체 무슨 뜻이죠? 물론 "나중에 PD계열을 구성하게 되는 사람들"이란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해도 어폐가 큰 게, 당시 '노동현장으로 뛰어든 사람들' 상당수는 나중에 PD 계열이 아니라 '자유주의 세력'으로 가게 되니 말입니다. 게다가 '1970년대 노동운동'이라면, 그 주역들은 대체로 노동자들 사이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경우가 대부분이죠. 물론 그들의 각성에 지식인들의 노력이 꽤 도움을 주긴 했어도.

    -> PD계열 부분에선 제가 실수한 것 같습니다. <"나중에 PD계열을 구성하게 되는 사람들">의 의미로 쓴 것이긴 합니다만... 말씀하신대로 찾아보니 당시 노동운동가중 다수(이들 중 또 상당수가 사회주의나 진보좌파 성향과는 거리가 멀다고도 하고...)가 소위 자유주의개혁 진영인 평민당이나 민주당으로 가긴 했네요. 다만 제가 듣고 배운 바로는, 70년대 노동자 문제가 심화되면서 당시 기준으로 기존의 통일문제논쟁이 압도적 주류였던 학생운동 혹은 재야운동이 어느정도 노동문제논쟁으로도 성격히 변화하면서 그게 후일 PD계열 인사들의 민중민주노선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주었다는 맥락에서 그렇게 이야기 한 것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그에 대해서 두루뭉수리하게 명확히 쓰지 못한 제가 잘못한 것 같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핑백글에 달린 댓글에 나와 있는대로 우리 역사에도 '진보세력, 보수세력(사실 이 용어도 맘에 들지 않긴 합니다만)'이 있다는 건 저도 인정합니다. 다만 소위 민노당이나 진보신당 등 사회주의 정당계열의 일각에서 주장하는, 우리와 정치적인 역사가 너무도 다른 '현재 유럽의 정치구도'인 '左사회민주주의 대 右자유보수주의'의 이념구도만이 정상적이고 지당한 구도인 것 처럼 얘기해 그 이념구도에 따른 정치균열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시키려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을 제거하고 사회민주주의 경향인 진보정당 대 자유보수주의 경향의 민주당 정치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심지어는 현재 영국의 예를 들어 '영국자유당과 비슷한 민주당을 캐스팅보터 정당 정도로 축소시키고 영국노동당과 비슷한 진보정당과 영국보수당과 비슷한 한나라의 양강 구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등...

    기본적으로 유럽의 사민당 혹은 노동당과 우리나라 진보정당들이 걸어온 길과 출신 성분이 판이하게 차이가 나는데 자꾸 유럽식 이념 구도를 강조하는 데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있던 터, 핑백글에 어느정도 공감을 느끼던 연유로 이렇게 댓글을 달게 된겁니다.

    저 개인적으론 우리나라의 정치사 구도(민주 vs 개발)상 좌-우 세력 양강 구도는 결국 민주개혁계 정당 세력이냐 한나라당계 정당 세력으로 보고 있었거든요.
  • Lucifel 2010/02/13 00:39 #

    어디서 뭘 듣고 배우셨길래 70년대에 통일문제논쟁이 압도다수였다는 말씀을 하시는겁니까. NL-PD가 본격적인 노선대립을 시작하는것 자체가 80년대 이후의 일입니다(주체사상의 유입도 80년대 중반). 그 이전에는 제대로된 논쟁 자체가 존재하지도 않았어요. 앞의 댓글에서도 반복되는거지만 핑백 원글의 글쓴이가 월간조선에 가십성으로나 실릴법한 수준의 편향된 내용을 가지고 마치 진실인양 글을 썼기 때문에 제가 '무지'라는 표현까지 사용해가며 글에 들어가기전에 야유를 한겁니다.

    애초에 틀린 내용을 가지고 반박하려고 애쓰지 마시고 댓글 마지막 부분에 있는 내용을 제기하시는게 오히려 토론이 될만한 지점이겠죠. 하지만 일반적으로 님께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시는 구도는 중도보수와 보수가 대립하는 미국식 형태로 가자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면 미국과 한국의 걸어온 길과 출신성분은 굉장히 비슷해서 그것이 타당하다고 여기시는 건가요?
  • 유동닉 2010/02/13 01:25 # 삭제

    비아냥 거리는 어투는 자제해 달라니까요.
    본인이 뭔가 잘못알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도 좀 하시길 바랍니다.

    70년대 부근에 들어서 불붙은 노동운동 이전의 60년대엔 소위 진보좌파세력(당시로는 혁신세력이라고 불림)이 장면 정권 하에서의 학생 운동층의 남북학생회담 지원 투쟁을 필두로 통일사회당, 통일혁명당등 박정희 정권 아래 억압을 받긴 했지만 근근히 세력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사회진보에 대한 논쟁은 처음엔 당시로선(60년대 초중반) 대두되지 않은 노동문제보단 통일문제에 대한 논쟁과 이를 중심으로 한 박정희 정권의 '불의함'에 대한 저항과 성토가 주류를 이뤘던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에 대해선 '전혀 아니오'이죠.

    미국과 한국이 어떻게 걸어온 과정이 같겠습니까.
    다만 본글에서도 명시하신바대로, 우리나라는 '자본가-노동자'의 대립관계로 형성된 '현재의 유럽 좌-우'구도 보단 '개발-민주'의 대립관계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민주계혁계 정당-한나라당계 정당' 대립구도가 현재로선 사회구조상 우리나라에 더 자연스럽단 것일 뿐입니다.
    미국의 '진보적자유주의-보수주의' 구도의 역사배경은 또 우리나라의 '개발-민주' 구도가 생기게 된 역사 배경과는 전혀 다르죠. 다만 결과론적으로 겉모습만 비슷하게 되어있다는 것 뿐입니다.
  • drake 2010/02/13 01:23 # 답글

    70년대의 YH, 동일방직 노동자와 전태일 등이 "PD" 였었나요? 70년대부터 돋아나기 시작한 노동운동은 '자생적'이었죠.
    게다가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뿌리가 "4.19이후로 활성화된 '학생운동 혹은 재야운동'에서 기반" 하고 있다뇨.
    60년대부터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뭐하러 90년대 후반에야 겨우 발걸음을 시작한 좌파 정당에 들어갑니까. 신민당, 민주당, 평민당 등이 있었는데
  • 유동닉 2010/02/13 01:32 # 삭제

    PD에 관한 얘기는... 거기에 대해선 일단 제가 틀린게 맞습니다. 오류가 있었구요.

    신민당, 민주당, 평민당은 아무리 진보적으로 봐도 '자유주의개혁정당'이었잖아요 게다가 신민당과 민주당이 내세우는 슬로건은 '자유주의개혁정당'보다도 차라리 '정통보수야당'이었구요. 60년대 학생운동층이 내세운 이념과는 또 상당히 거리가 있는 정당들이었죠. 그런 당에 들어가 활동할 이유가 없는겁니다.

    사회주의 성향의 진보좌파 정당, 혹은 그도 아니라면 범진보좌파정당은 억압을 받아서 활동에 제약이 많아서 그렇지 6, 7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근근히 존재해 왔습니다. (대중당, 통일사회당, 통일혁명당 등) 그리고 이 정당들이 6, 70년대 진보좌파, 혁신계 학생운동과 당시 민주당계 야당들 보다도 밀접한 관계가 있었죠.
  • drake 2010/02/13 01:40 #

    60년대에도 지금 말로하면 '운동권'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의 주관심사는 통일과 민족문제 였다는 말씀은 옳습니다.

    다만 유동닉님이 말씀하신대로 90년대 초반까지의 군부 통치시기엔 신민당 등의 구호는 "자유주의 개혁"보다는 훨씬 강경했죠. 김영삼이 어떡하다 의원직을 잃었습니까? 제정구 등의 인물은 사회주의 정당으로 갔나요? 이재오, 김문수 등 한때 인정받던 운동가들은요?
  • drake 2010/02/13 01:43 #

    "우리나라는 '자본가-노동자'의 대립관계로 형성된 '현재의 유럽 좌-우'구도 보단 '개발-민주'의 대립관계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민주계혁계 정당-한나라당계 정당' 대립구도가 현재로선 사회구조상 우리나라에 더 자연스럽다"까지는 옳은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고 정치를 해나가자는 말씀에도 동의합니다. 다만 지금의 구도가 자연스러우니 그 구도에서 움직이자는 말씀이라면 그것엔 결코 동의할 수 없네요.
  • 유동닉 2010/02/13 02:19 # 삭제 답글

    to drake

    이념적으로 '급진적인 것'과 정치 행태적으로 '매파인 것'과는 차이가 있죠.
    YS를 비롯한 신민당의 강경파들의 다수는 이념적으로 급진적이진 않았습니다. 고작해야 '박정희식 군사 독재를 철저히 타도하고 미국식 자유민주주의가 지켜지는 정치 제도를 만듭시다'였는데 이게 절대 이념적으로 급진적인 것은 아니죠. 이 '온건한 이념적 명분'을 위해 당시 YS를 비롯한 신민당 강경파들이 적극 강경 투쟁을 벌였긴 하지만요. 제정구, 이재오, 김문수, 김근태 등 대표적인 노동운동가, 학생운동가들이 후일 한나라당으로 가거나 민주당으로 간것은 맞지요. 다만 현재 진보 좌파 정당이라고 일컫어 지는 민노당, 진보신당의 중진급 정치가들 중엔 당시 그들과 함께 사회주의적 경향(혹은 후에 사회주의적 경향을 띄게 되었다던가)의 노동운동, 학생운동을 함께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노회찬만해도 대표적인 예지요.

    그러니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고 정치를 해나가자는 말씀에도 동의합니다. 다만 지금의 구도가 자연스러우니 그 구도에서 움직이자는 말씀이라면 그것엔 결코 동의할 수 없네요.
    -> 저 또한 그 점은 인정합니다. 만약 현재의 진보좌파정당들이 비정규직 문제라거나 실업 문제에 있어 사람들(주로 서민 계층이겠죠)의 지지와 공감을 이끌어 낼 대안을 제시하고 정치력으로 그것을 입증해 유럽의 '현재의 유럽 좌-우'구도와 비슷한 모양새를 취하게 된다면 그것도 역사의 흐름의 한가지 큰 변혁이 될 수 있겠죠. 다만 저는, 일각에서 마치 지금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적 '좌-우' 구도를 '현재의 유럽 좌-우'와 다르다고 비정상적인 것 마냥 이야기하는 관점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라는 겁니다.
  • 삐딱선 2010/02/13 02:38 # 삭제

    밑에 답글 달아놓고 보니 그새 답글이 하나 올라왔군요.

    님의 논리 전개상 언젠가 노회찬/심상정 이야기가 한 번은 나오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노회찬/심상정은 님이 생각하는 구도에 맞을지 모르지만, 권영길/단병호/강기갑 등은요? 이 사람들이 '학생운동이나 재야운동' 출신은 아니죠?(권영길은 학생운동은 좀 하긴 했겠지만)
    그리고 노회찬/심상정의 경우도, 그들의 노동운동을 단순히 '학생운동이나 재야운동'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곤란하겠죠. 좀 다른 이야기가 되지만.. 제 지인 이야기를 좀 해 보면, 학생운동하다가 노동운동단체에 참여해서 8년을 열심히 했는데, 8년만에 처음으로 그 단체의 '선배 노동자'가 자기를 '후배'라고 인정해 주더랍니다. 왜 이 이야기가 나오는지 아시겠나요? 노동운동엔 엄연히 노동운동 자체의 자생성이 있었고, '학생운동이나 재야운동'하던 사람들이 들어와도 결국 그 자생성에 동화되지 않으면 노동운동하기도 힘들었다는 이야기 하고 있는 겁니다. 노회찬이나 심상정도 당연히 그런 동화과정을 겪었던 사람이란 이야기죠.

    그리고 밑에 썼던 이야기 반복이 되지만.. 현재의 정치구도를 '비정상'으로 본다면, 그건 '유럽'하고 달라서가 아니죠. '노동자 vs 자본가'라는 자본주의 사회의 중요한 대립구도가 정치구도에 제대로 반영되어 있는가 아닌가의 문제를 두고 하는 이야깁니다. 김대중 정부에 참여하기도 했던 학자인 최장집 교수가 왜 "노동이 제대로 대표되지 못하는 대립구도는 비정상이다"라고 말하겠습니까?

  • 유동닉 2010/02/13 03:19 # 삭제

    87년 이후의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 경향의 노동운동이 나름 고유의 색채와 배경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뭐, 성격이 어느정도 다르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어떤 당내 현장의 분위기가 잘 느껴지는 일화네요. (지인에 대한 경험담은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87년 이후의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 경향의 운동의 이론적 배경엔 그 이전에 제가 이야기한 혁신계열의 운동과 NL-PD계열의 운동에서 비롯된 이론이 있는건 분명하지 않나요?

    저 위에도 말씀하셨듯이 그 '이론적 배경'을 잘 주물러서 현실 사회의 노동문제에 대해 잘 적용 시킨것이라고는 하지만 말입니다.

    다만 1987년 이후 시작된 민주노총 계열의 노동운동사를 살펴보고, 현재의 비정규직 문제와 실업 문제를 살펴 볼 때 솔직히 민주노총계열에 뿌리를 둔 '진보좌파'세력의 정치적 조직화와 세력화는 좀 심하게 말해 과연 저게 사회의 대안을 제시하는 한 축이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실망스러울 정도 였거든요. 그리고 이게 사실 대한민국 사회의 비진보좌파 계열 국민들 사이에 상당히 만연해 있는 의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왜 여태껏 민노당과 진보신당 계열이 '노-자' 갈등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국민들의 적극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가 앞서 말한 '학생운동, 혁신운동, 재야운동'에 기반을 둔 이념, 이론을 빌려왔거나 혹은 적어도 한벌 걸쳐 뿌리를 받아 들였다는 한계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더불어 대한민국 자본주의의 현재적 모습이 과거 사민주의가 융성했던 유럽의 자본주의의 모습과는 같은 자본주의지만 심층적으로 또 프레임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도...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 삐딱선 2010/02/13 02:28 # 삭제 답글

    뒤에 쓰신 댓글들을 보니 소위 '혁신세력' 생각을 하셨던 모양이군요(그런데 대중당-통일사회당 등과 통일혁명당은 그 성격이 다르다는 건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만). 그리고 80년대 초까지 이른바 선민주-선통일 논쟁이라는 게 '운동권'에 존재하긴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선민주-선통일 논쟁이라는 게 이후 NL-PD 논쟁과는 결이 상당히 다르기도 하려니와, '혁신세력'이 60~70년대 민주화운동에 차지했던 영향력도 그리 크지도 않아요.
    더군다나 지금의 진보정당의 기반을 설명하는 맥락에서 보자면, '80년대 이후의 노동운동과 민주노총'이라는 또다른 맥락이 크게 개입해야 할 테구요. 먼젓번 댓글에서 간단하게 언급했지만, 80년대 이후의 노동운동과 민주노총의 이념적/조직적/인물적 발전 과정은 이른바 '민주화운동, 학생운동, 재야운동' 등의 발전 과정과 구분되는 측면이 상당히 많습니다. 유동닉님은 이 구분되는 측면들을 생각하지 않으시고 그냥 '민주화운동, 학생운동, 재야운동'의 발전과정과 노동운동의 발전과정을 거의 동일한 것으로 취급하시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게 유동닉님의 오류의 결정적인 원인이 아닐까 합니다.

    다음.. 현재 익숙한 정치 구도가 민주 vs 개발이라는 건 두말 하면 잔소리겠죠. 그런데.. 설마 한국 사회에 '노동자 vs 자본가' 대립구도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닐 테고, 그 대립구도가 '자본주의' 사회라면 중요한 대립구도라는 거 부정하시는 것도 아닐 거고, 모름지기 한 사회의 '정치구도'라면 중요한 사회적 대립구도를 전반적으로 포섭해야 된다는 걸 부정하시는 것도 아닐 텐데, 그럼 이른바 '민주 vs 개발' 구도가 '노동자 vs 자본가' 구도를 효과적으로 포섭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그건 제쳐두고라도, '민주 vs 개발' 구도를 굳이 '좌 vs 우' 구도라는 말로 이해할 필요가 뭐가 있는지요? 님의 말씀마따나 '좌 vs 우' 구도가 '유럽식 구도'일 뿐이라면, "한국식 좌 vs 우 구도는 노동자 vs 자본가가 아니라 민주 vs 개발이다"라고 굳이 이야기하기보다 "한국은 좌 vs 우 구도로 보면 안 되고 민주 vs 개발로 봐야 한다"고 말하는 게 더 자연스럽지 않나요? 물론 그렇게 말하는 순간 다시 앞에 이야기했던 질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만...
  • 유동닉 2010/02/13 02:54 # 삭제

    뭐, 일단은 '좌-우 구도'라는 개념에 관한 이야기로 빠져들면 이야기가 끝이 없어지겠죠. 다만 전 미국의 경우 일각에서 'Liberal - Conservative' 구도를 '좌-우'로 말한다고 한다고 들어서... '좌-우'에 관한 논지를 부드럽고 포괄적이게 이야기하기 위해서 그런식으로 이야기 한 것 뿐입니다.

    저 같은 경우 '민주 vs 개발' 구도에 있어, 민주당계 정당이 민주화 운동사에 있어 DJ가 제기한 가치, 노무현이 강조했던 가치 등이 다듬어지고 반영된 '참여' '사회개혁' 등등의 가치를 내세우고 'Social Liberalism'적인 정당을 바로만 세우고 노동자들과 협력적 관계로 제휴한다면 사실 '노동자 vs 자본가' 구도 에서 나오는 사회적 갈등도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고 봅니다. 뭐, 이 점에 대해서 또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요...

    6, 70년대의 혁신세력과 80년대 이후 NL-PD계, 87년 이후의 민주노총계 중심의 노동운동...에 대해선 아마도 삐딱선님이 저보다 더 잘 아시겠지요. 다만 결과 성격이 달라도 공통적인 맥락 혹은 뿌리(진보좌파세력이라는)가 내려오고 있다는 게 제가 알고 있는 바입니다. 그리고 현재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이 서구의 사민당들 처럼 대중적인 세력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본질적으로 그 뿌리가 과거의 학생운동/재야운동 등 관념적인 투쟁/타도를 목적으로한 이념세력에 한 발 걸치고 있다고 생각하구요. (최근에는 그런 프레임을 나름 극복하려는 시도가 보이긴 합니다만)
  • Lucifel 2010/02/14 14:56 # 답글

    명절이군요. 다들 즐거운 설날 지내시길 빌어봅니다. ㅎㅎ

    유동닉//

    1.
    이 글 본문을 제대로 읽으셨다면 제가 좌파의 개념요소로 크게 세가지를 걸어놓은 것을 아실겁니다. 역사, 지역, 이념이었지요. 다소 애매한 개념규정을 이 세가지 측면에서 검토하여 채워보려고 한 것입니다.

    과거의 자코뱅, 제1 인터내셔널 시절의 사회주의자, 코민테른과 사민당, 2차대전 이후의 사민당, 현재의 사민당 등은 대개 전부 '좌파'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그 색깔은 엄청나게 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좌파로 묶는 요소에 대해 역사적으로 '좌'의 스탠스에 있었던 경험이 그러한 정체성을 형성한다고 서술했습니다.

    그런데 님께서는 자코뱅과 제1인터내셔널의 경우에는 이념적 동질성이 부족하다 하여 연속성을 배제하신 다음에는, 그 이후의 좌파의 다양한 변종들--;;에 대해서는 또 그냥 뭉뜽그려서 하나의 좌파로 취급하고 계십니다. 그럴 것 같으면 전부 다 다른 것들로 다 다른 개념규정을 하셔야겠지요. 그러한 부분에 일관성이 없기 때문에 '나누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한 것입니다.

    오히려 님께서 댓글에 써두신 것과 같이 <'좌'라는 정치적 스탠스를 이어 받았다>라는 것이 중요한거죠. 본문에 써두었듯, 이념적 차원에서의 기준을 위에 인용한 역사적 측면에서의 개념요소로 수정한 것이 일반적으로 통용할 수 있는 좌파개념이라는 겁니다.

    2.
    본문에서도 한국좌파의 역사적 측면을 고찰하는 데 있어 조봉암의 진보당계열이 축출된 이후 좌파에 관한 내용의 서술은 70년대로 워프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셨을겁니다. 이미 본문에서도 '이승만독재에 저항하는 운동'은 역사적으로도 이념적으로도 우파로 규정하고 있는겁니다. 그리고 비교적 그 흐름은 잘 이어져 내려왔다고 봅니다. 지금의 중도우파세력인 민주당이 이어받았고 말이죠.

    70년대 노동운동이 활성화 되기 시작하면서 좌파라고 할 만한 세력도 부활하기 시작합니다. 님께서 주창하신 '이식된 사상'에 대한 부분은 drake님이나 삐딱선님께서 잘 반론해주신바와 같지요. 그 와중에 이른바 학출 운동권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노동운동계에는 학출 운동권은 노조위원장이 될 수 없는 '육두품'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학생출신이 단순히 무지한 노동자들을 계몽한게 아니라 노동운동에 동화되기 위한 과정을 거쳐야 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오히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상적으로 차이가 다소 있더라도 본인들이 계승을 말하고 있는 자코뱅과 초기 사회주의자들은 분리 구분하시면서, 계승의 흔적도 찾기 어려운 반독재 보수운동권과 노동운동을 통해 부활하기 시작한 좌파는 하나로 뭉뜽그려서 취급하시는 님의 주장입니다.

    3.
    결국 중요한 것은 좌우개념에 관한 것이고, 현재 보수언론들에 의해 주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좌우개념이 사실상 '보수-중도보수'의 대립으로서 현존하는 사회적 문제의 대립을 제대로 정치에 투영시키지 못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계급적 이해에 기반한 정치세력의 성장을 통한 대립구도의 형성이 문제의 해결에 가까워지는 길이라는 것이지요.

    그것에 님이 주장하시는 것처럼 역사적으로 우파였고, 지금도 우파인 정치세력으로 하여금 굳이 자신의 역사와 지지기반을 배신하며 좌파의 가치관을 받아들이기를 기대하는 것 보다는 좌파가 성장하는 것에 기대를 거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죠.

    좌파의 정치세력화에 대해 실망을 하셨다고 하는데, 세계 어디를 봐도 좌파의 정치세력화는 만족할만한 속도로 빠르게 되는 법이 없습니다. 오히려 한국의 민주노동당의 일시적 성장세는 놀라운 것이었지요. 뭐 그것은 진보정당자체가 안고있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품이 들어간 결과였기 때문에 바로 한계를 드러낸 것이기는 하겠습니다만, 현 시점에서도 좌파가 나아갈 길은 명백한 것인게지요.

    4.
    "본질적으로 그 뿌리가 과거의 학생운동/재야운동 등 관념적인 투쟁/타도를 목적으로한 이념세력에 한 발 걸치고 있다고 생각하구요"
    이 문장은 당췌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현재 진보신당과 같은 진보정당들이 그러한 관념적인 모습을 구체적으로 어떤 곳에서 노출하나요? 사실 현재 한국의 정치세력 가운데 정책을 내놓는 데 있어서 가장 충실하고 현실적인 분석을 하는 곳이 진보정당 아닙니까? 매번 선거때마다 시민단체들이 정책평가를 할 때 진보정당에 높은 점수를 주는 이유가 그런 것 아닌가요.
  • 현장투쟁 2010/02/16 00:53 # 삭제 답글

    좌파인지 아닌지는"계급"을 기준으로 봐야하지 않을까요?

    영국노동당이 아무리 온건화되었다고 하더라도, 노동조합의 조직적 지원에 기반해있는 당이라는 점에서(아예 노동조합이 통째로 노동당에 가입해
    있다고 합니다) 또 노동조합의 조직적 지원에 의해서 창당된 당이라는 점에서 한국민주당 미국민주당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좌파정당입니다.
    또 그런점에서 영국노동당과 한국민주노동당-진보신당이 민주당류보다는 근본적으로 같은 성격의 당이라고 생각합니다.
    (선험적 강령만으로 혁명정당이니 극좌파정당이니 한다면 영국노동당조차 1997년까지 혁명정당이었을 것입니다. 생산수단의 사회화 따위가 강령으로 걸려 있었으니)

    한국의 민주당만 보더라도 당 의원 후원금이 한해(08년, 중앙선관위 정당,의원의 지출,수입 관련 자료를 보시길)에 170억원이나 된다는 점에서, 또 수입은 그렇게 많은데 노동조합의 조직적 지원을 별로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좋게 봐줘도 대자본의 지원을 핵심으로 하는 민주적"강부자"당-민주적"재벌"당 정도에 불과하지 않나요? 굳이 따진다면 자본가개혁주의당이나 자유주의부르주아정당 정도?
    (미국 민주당 역시 노조의 지원을 받지만 재정기반의 핵심은 역시 기업주의 후원금이지요)

    미국민주당이나 한국민주당류를 자본가개량주의당 지배계급내 개혁파 당이라고 본다면, 영국노동당이나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은 노동자에 기반해 있지만 혁명을 추구하지는 않는 점에서 노동자개혁주의당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독재세력이라고 해서 우파를 우파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을것 같습니다. 남미의 우파도 한국 우파 못지않은 독재기원세력에다 부패에 쩔어있지만, 남미의 우파를 우파가 아니라고 하지는 않잖습니까. 우파 역시 계급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서구에서도 노동자에 기반한 좌파정당이 본격적으로 조직과 영향력을 늘리기 전까지는 한국의 민주당 비슷한 정당들이 왼쪽 자리를 맡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급진당,영국에서는 자유당,스페인에서는 공화주의자연합과 아사냐의 공화주의자"좌익")



  • Lucifel 2010/02/16 09:31 #

    1.
    계급을 기준으로 보는 것은 1960년대 이전까지는 확실히 유효했지만, 지금은 일정정도 다른 관점의 보조를 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관점들에 대한 검토를 시도한게 본문이지요.

    이를테면 핵개발 문제에 대해 현대의 좌파라면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준에 대한 인식차이는 있겠지만 원칙적으로는 반대하고 대안에너지에 대한 시각을 환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볼 겁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민주노동당과 같은 정당이 과연 핵문제 특히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 취하고 있는 태도를 보면 이것이 21세기에 통하는 좌파의 기준을 만족하고 있는지는 심히 의심스럽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나 농민계급에 기반하고 있는 정당이므로 좌파다 라고 강변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관점을 가지고 좌파라고 할 수 있나'라는 비판이 이미 이루어지고 있으니까요.

    사실 핵이나 환경, 여성, 성적소수자 등의 문제에도 계급의 문제가 걸려있지 않은 것은 아니나 계급의 관점만으로 그 문제를 완전히 인식하거나 해결에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고, 현실의 운동이나 정치에서도 이미 그러한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고 봅니다. 앞에서 '역사'의 측면을 검토한 것도 그와 같이 좌파의 내용이 변화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래서 '계급'이라는 말을 쓰지않고 '이념적 차원'이라고 한 것이지요. 본문에 쓰지는 않았지만 저 역시 그러한 이념적 차원에서 계급적 문제가 중요하고 핵심적 역할을 차지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생각이 비슷한 지점일겁니다.

    2.
    그나저나 그 계급성의 내용이라는 것이 사실 좀 모호하기는 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지금 우경화가 심하게 진행된 유럽의 사민주의계열 당들의 경우 전통적 좌파 지지성향 유권자들의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지요. 내용에 따른 좌파의 재구성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 아닐까 싶어요. 어느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에도 그 당들이 유의미한 변화를 보이지 못할 경우-이를테면 최근에 독일 사민당은 아프간 파병을 지지했다고 들었습니다-그들을 과연 계속 좌파라고 부를 수 있는가의 문제에 봉착하게 될겁니다.

    뭐 노조로부터 별다른 조직적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진보신당의 경우 지식인과 학생의 당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고, 민주노동당 역시 허울좋은 배타적 지지방침만 있었을 뿐이지 실질적 지원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민주당 등과 별 차이도 없고요 ㅎㅎ
    (물론 우리의 법제도 자체가 노동조합의 정치개입을 막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되겠습니다만, 할래면야 못할거 없는거고 --;)

    3.
    우파 이야기는 우파보다는 '보수'이야기로 그다지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어쨌거나 보수는 지켜야 할 훌륭한 전통이 있어야 하는건데, 군부독재세력의 후예 혹은 결탁한 자들에게는 기득권 외에 지킬 것이 아무것도 없지요. 민주당류는 하다못해 민주주의라는 전통을 지키면 되지만 말입니다.

    이 경우 좌우개념으로 본다면 당연히 오른쪽 끝에 있는 우익으로 분류하는게 별 문제가 없을겁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