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은 꽤나 익숙한 말-몇몇 사람들에게는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겨지기도 하는 보수반동 언론사의 대표-이다. 그런데 이글루스에 서식을 시작하면서 배우게 된 말이 하나 있다. '한경오'라는 말이다.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의 두문자를 딴 것으로 보이는 이 말은 조중동에 대당하는 의미-좌빨언론?-로 여러 블로거들이 사용하는 것 같다. 사실 저런 중도우파 언론들보다 그나마 이념적으로 좌파에 가까운 프레시안이 아예 빠져있다는 점에서 뭔가 포인트가 어긋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저런 말을 쓰는 것은 '조중동 조중동 하지만 한경오도 마찬가지다'라는 프레임을 짜고 싶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한 '좌빨신문' 경향에 3주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기고를 하는 사람이 한명 있으니 바로 김상봉씨다. 진보신당 강령의 전문前文을 기안했던 경력이 있는 좌빨교수이기도 한 그의 기고를 정기적으로 지면에 싣고 있으니 확실히 경향은 좌빨신문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얼마전에 그 좌빨신문이 좌빨교수의 기고를 거부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고정 필진의 기고를 거부하다니 이상한 일이지만 내용을 알고 보면 딱히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다. 그 주의 칼럼이 김용철 변호사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에 관련된 것이었던 탓에 부담을 느낀 경향신문측에서 해당 기고문을 실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던 것이다. 당연히 김상봉씨가 원고를 고치거나 하지는 않았고, 덕분에 그 기고문은 다른 사람의 것으로 대체되었다. 어라, '한경오'는 어떻게 된거지?
[관련기사와 기고문]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외부의 압력이나 경제적 곤궁함과 같은 상황에 밀려 '현실적인' 선택을 해서는 안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은 좌파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으로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경향이 좌파 언론이라고는 생각지 않지만)'경향도 별수없네'라고 쉽게 비아냥거릴 수 없는 것은, 김상봉씨가 밝힌 것과 같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비주류의 길을 고집하면서 언론사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가를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자본이 가진 힘이 전제군주시대의 왕이나 황제의 그것처럼 범접할 수 없는 것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피부로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편부당한 쿨가이가 되어 냉철하게 '경향도 똑같아'라고 취급하기 보다는, 이러한 비주류 언론들이 한국사회 언론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만큼 성장하게 되기까지는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김상봉씨의 생각도 역시 좌파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 가지는 또 하나의 자연스러운 입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사회의 균형은 기득권을 가진 이들이 그것을 스스로 내놓아 맞춰주는 것 보다는, 가진 것 없는 이들이 새로이 균형추를 만드는 것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으니 말이다.
PS. 경향 47기 기자-막내기수-들이 김상봉교수의 기고문 게재 거부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 확실히 조중동과 경향이 다르기는 한 것 같다.



덧글
경향이 어렵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삼숑한테 알아서 기며 줘 맞을까봐 겁내기만 하면 경향 내부에서도 삼숑은 신성불가침의 존재가 될 수 밖에 없구 말이졉. 그것은 결국 삼숑에게 굴복하는 일임을, 그리고 나아가서는 경향 자체를 죽이는 일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좀 다른 결정을 내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능...
아무래도 거대광고주인 삼성의 눈치를 안볼래야 안볼 수가 없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도 막내기수 기자들이 성명을 내는 걸 보니 스스로 바로잡으려고들 하는 것 같아서 반갑네요.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은 그렇다쳐도 한겨레와 경향은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겠습니다.
구독료를 대폭 올리거나 후원금을 받거나 아니라면 아예 '구조조정'을 하고 '진보'색을 버리고 그 잘난 '중도'언론으로 재탄생하거나.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이고 또 힘든 것은 힘든 것이니...
복잡한 문제입니다.
아무튼 이런 현실을 그대로 놔둘 순 없습니다. 장기간의 노력을 필요로 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투쟁은 그거대로 하고, 삼성과 대기업 광고를 사실상 포기하고 다른 경로를 통해 수입을 얻을 대책을 마련하든가 아니면 항복을 하든가 어떤 형태로든 재탄생을 해야해요.
이번 건은 넘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진보진영은 협력할 건 협력하고 비판할 건 비판하며 한겨레와 경향의 혁신을 요구해야 합니다. 기사 검열에 항거하던 언론인들이 모여 만든 언론이 이제 또 다른 형태로 기사를 검열하고 있습니다. 어려움을 알기 때문에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현실을 그대로 용인할 수도 없습니다. 이건 도덕적 강박이 아니라 실존의 문제에요.
읽을거리에 갈증을 느끼신다면, 진보적 일간지 외에 운동단체나 운동단체와 밀접히 연관된 정기간행물들도 구독해보시는게...
<문제는 자본주의다>, <가자! 노동해방>, <레프트21>, <정세와 노동>, 주간<진보정치>, <이론과 실천>, <매일노동뉴스>,월간<노동세상> 등등.
뭐 사실 프레시안이나 레디앙 정도만 봐도 개략적인것은 알 수 있지요.
그보다는 종이신문중에서는 유일하게 봐줄만한 경향이 이렇게 진동하는 모습이 안타까운 것...
어제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의 민주노총 협의회 사무실에서, 지역 제 민주정당 정책토론회란걸 했습니다.
그 토론회에 온 정당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세 당이었는데 참 가관이더군요.
토론회에 온 국민참여당 당원들이 한 발언들이란,
"민주당에 우리의 공동의 최소한의 요구를 빨리 정해서 요구해야겠지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승리만 할 수 있다면 여기모인 삼당이 민주당에게 모든 걸 양보할 수 있어야 한다"
"왜 진보대연합 해야 하나? 어디까지나 민주대연합 원한다. 그리고 진보란 단어 안썼으면 좋겠다. 우리 당에는 보수적인 사람도 많다"
"어떻게 민주당과 연합(완전한 형태의 민주대연합)을 해야 하나? 삼당이 민주당에 대해 설득하는 자세가 부족한 거 아니냐?"(유시민빠 지역모임 회원)
이런 류의 말들이더군요.
거기다 민주노동당은
"이명박 정권의 민주주의 탄압 아래서 민주니 진보니 할 것 없이 우린 모두 하나가 아닌가 한다"(민주노동당 지역위 사무국장이란 녀석)
"지금 절체절명의 상황인데 지난 일 따져서야 되겠느냐?"
이런 말들로 국민참여당 비위 맞춰주기에 바빴고.
정말 배알이 꼬이는 꼬락서니더군요.
자칭"유연한"진보정당 "중도와 진보사이의"정당의 실체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본 날이었습니다.
정말 이 인간들은 왜 당을 따로만들었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민주당 당권이나 장악해보려고 잠깐 만든 당인 듯 합니다.
진성당원제 빼면 민주당과 하나 다를 것 없는 작자들인듯, (진성당원제는 진보정당에서 이미 실행하고 있는 제도)
진보정당들이 국민참여당과 선거연합을 추진하려 하면 할수록 완전한 형태의 민주대연합으로 질질 끌려가는
결과만 나올 듯 합니다. 국민참여당 자체가 민주대연합을 원하고 있는데 이들과 선거연합을 하자면 결국 민주대연합으로 갈 수 밖에 없지요.
하기사 국민참여당도 민주당과 정책 차이도 없고 (노조 돈 받는 걸 비난하는 등 진보정당의 노동계급기반을 문제삼는걸로봐서)회장님들 사장님들
일부의 후원을 (이미받고있거나)바라고 있을 민주당 2중대 정도에 불과한 당이긴 하지만요.
그리고 거기서 정신못차리는 민노당도 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