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탓을 안할 수가 없지

워낙 수세에 몰리고, 내용을 알릴 기회 자체를 잘 가지지 못하다 보니, 좌파정치세력들은 언론매체에 대해 종종 피해의식같은 것을 피력하곤 한다. 하지만 정치는 실력으로 해야 하는 것이고, 좌파가 실력을 갖추면 언론의 주목도 당연히 받게 될 것이니, 지금 실력이 없는 주제에 하는 푸념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기에 가능하면 그런 이야기는 꺼내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래도 국민 다수가 보는 메이저 언론이라면, 적어도 군소 정치세력이 정치에의 진입장벽으로 인해 그 내용을 제대로 펼쳐볼 기회도 갖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주의를 할 책무도 있는 것이 아니겠나. 사회 구성원들의 이해가 다양하고 요구가 다양한데 그것을 비슷한 이념지향을 가진 정치세력만으로는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지사, 특히 한국처럼 정치적 이념지형이 편향된 곳에서는 그러한 '다양성'을 추구하는 언론의 태도가 더욱 절실한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주저하면서도 왜 자꾸 이런 푸념을 하는가 하면, 바로 이런 것 때문이다.

4월 23일자 SBS 시사토론

애초에 명분없는 야합을 거부한 진보신당이 협상을 박차고 나간 이래, 지리하게 끌어오던 4+4 연합이 결국 민주당의 고집으로 인해 무위로 돌아간 시점에서, 각 광역단체장 선거의 야권후보 문제를 시사프로그램이 짚어본다는 것에는 별다른 이의가 없다.

그런데, 왜 유시민과 김진표만 데리고 하는거지?

혹자의 눈에는 유시민과 김진표가 대단한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적지 않은 사람의 눈에는 유시민과 김진표 사이에 놓인 개울보다는 심상정과 유시민, 김진표 사이에 놓인 대하가 들어오기도 한다. 물론 진보신당의 심상정이 상대적으로 군소정당의 군소후보라는 사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론의 역할이 메이저 정치인은 자꾸 내보내서 더 띄워주고, 그들과 차별성이 있지만 마이너한 정당과 인물은 배제해서 낙오시켜 버리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덧글

  • 2010/04/26 18:0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Lucifel 2010/04/27 09:24 #

    그 시기에는 걔들은 진짜 듣보잡이기는 했지요 ㅎㅎ
  • ghistory 2010/04/26 19:48 # 답글

    지지율 5% 이상인 정당이나 개별 후보자는 참여할 당연한 권리가 있다는 규칙을 적용한다면 심상정씨는 참여할 수 있어 보이기는 하는데, 문제는 여론조사의 설계에 따라서 지지율이 10%가 넘기도 하고 4% 이하이기도 하다는 점이 문제가 되기는 하겠군요. 여론조사 관련 기준들의 표준화가 절실할 것입니다.
  • Lucifel 2010/04/27 09:25 #

    공선법상 기준이 적용되지 않을 토론회이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공선법상 기준을 어느정도는 존중해줘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굳이 여론조사의 지지율을 가져오지 않더라도 광역단체장 선거의 경우, 직전선거(선거구가 겹치는 경우를 포함)에서 10% 이상의 득표를 한 후보는 참여할 권리가 있습니다. 심상정의 경우 37%정도를 득표했으니 당연히 권리가 있는거구요. 사실 경기도지사로서의 지지율이 좀 낮게 나오기는 합니다만 SBS 시사토론을 준비하는 PD쯤 되는 사람이 심상정을 몰라서 그랬을 리는 없고, 그냥 일부러 뺐다고 봐야겠죠.
  • ghistory 2010/04/26 19:51 # 답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론의 역할이 메이저 정치인은 자꾸 내보내서 더 띄워주고, 그들과 차별성이 있지만 마이너한 정당과 인물은 배제해서 낙오시켜 버리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threshold라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렇게 단언하기만은 힘듭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허경영 같이 선거를 음험한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사람들의 침투를 방지할 최후 저지선마저 없어지는 것입니다.
  • Lucifel 2010/04/27 09:28 #

    허경영 같은 괴이한 인물들을 골라내는 것은 결국 대중이 해야 할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허경영이 선거를 다른 목적에 활용하려고 하는지 어떤지는 어디까지나 사후적으로 드러난 것이고, 다음 선거에 허경영이 나와서 그러겠다고 공언하지 않은 이상 '너 어차피 그럴거잖아' 하면서 배제해버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역으로 그런 점을 생각해서 진입장벽을 자꾸 높게 잡게 되면, 나름 진지하게 사회적 이슈를 만들고 싶어하지만 기회를 영 얻지 못하는 사회당 같은 군소정당은 허경영과 똑같은 취급을 받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고 말이죠. 결국 최대한 열어놓는 것이 합리적 방안이라는 생각입니다.
  • ghistory 2010/04/27 10:11 #

    그래서 제가 말했지요? threshold라는 것이 선거의 역사에서 인류가 도달한 잠정적 합의라는 것이라고. 소수정당으로서의 처지만 불평하지 마시고, 이게 정치공동체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좀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셔야 할 것입니다.
  • Lucifel 2010/04/27 12:03 #

    글쎄 제가 보기에는 인류가 도달한 잠정합의라기보다는 기성정치세력이 신생 정치세력의 대두를 막기 위해 마련해놓은 장치로 보입니다만, 과연 진입장벽이 너무 낮아서 문제가 되었던 일이 얼마나 있었는지는 모르겠군요. 어쨌거나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는 문턱이 너무 높아서 문제지 낮아서 문제는 아닌데 말이죠.
  • ghistory 2010/05/08 17:57 #

    좀 세밀한 접근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문턱이 너무 높다' 라고 단정하기에는 선거공영제도의 세부사항들과 관련하여서 함부로 말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습니다. threshold가 너무 높으면 좋지 않습니다만, 그 세부들을 살펴보면 완전히 없거나 '매우'(이 기준이 다른 게 실질적 쟁점이겠는데) 낮은 게 반드시 좋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물론 심상정에의 처우가 부당하다는 것은 동감한다는 전제로 말씀드립니다만:

    1. 선거자금과 정치자금의 직접적 또는 간접적 공영화와 관련하여 말씀드린다면,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완벽한 규범체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겁니다. 다만 대체적 경향을 본다면(정치자금의 공영화나 그에 수반하는 규제가 매우 허술한 미국을 예외로 친다면), 선거실시에 필요한 일부 기초적 서비스들은 대체로 동등하게 접근권을 보장하는 반면 정치자금의 국가지원은 일정한 상한선과 하한선을 설정한다는 전제하에 현재의 '당세' 에 비례하여 배분하는 것이(곧 정파간 불균등) 일반적 추세입니다.

    2. 언론매체 접근권도 주요한 경향은 정치자금의 국가지원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자격을 갖춘 정파들에게 당세에 대체로 배분하여 할당하는 경향이 지배적입니다. 일정한 토론회들에는 자격충족시 동등하게 참가하게 됩니다만.

    이렇듯 정치자금의 공공지원과 언론매체 접근가능성에서 편차와 자격요건을 두는 것은, 일단 공공자원의 할당시 그나마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 이정도이기 때문이고(완벽하게 만족스러운 건 아니지만), 극단적으로 말하면 모든 정파들과 후보들에게 자원을 할당할 수도 없고 할당해서도 안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제한들이 없다면, 선거를 엉뚱한 목적으로 사용하려고 공공자원을 낭비하는 사람들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threshold라는 것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그 기준이 현재 너무 높으며 또한 일관성이 없고 자의적 처분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 더 타당성이 높으리라 생각합니다.
  • Lucifel 2010/05/09 18:26 #

    원칙론 차원에서 적정한 진입장벽이 필요하다는 것은 명제는 아마 모두가 동의할 것입니다. 결국 구체적인 부분에서 얼마나 어떻게 제한하는 것이 적당하냐 하는 것이 생각이 갈리는 부분이고, 이것은 단박에 떠오르는 정답이 없는 문제이기는 하지요.

    저는 주변에서 국회의원선거, 구청장, 구의원 선거 등을 준비하는 모습을 계속 지켜봐왔습니다. 적지않은 진보정당 활동가들이 열정과 비전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후에 수천만원의 빚을 져야만 하는 현재의 상황이 불합리하다고 더욱 많이 생각하게 될 계기를 좀더 많이 가지고 있지요.

    선거비용으로 이야기하자면 현재의 진입장벽 수준은 선거에 출마하려는 사람에게 충분한 재력이 있지 않은 경우 출마 자체를 굉장히 큰 결의가 필요한 일로 만들어놓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당내에서는 지역에 출마하는 사람들에게 '총알받이'나 '산화자'라는 표현을 쓰기까지 하지요. 실제로 출마후보가 있는 곳과 아닌 곳의 정당득표율이 상당히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한 모든 지역에 출마해야 한다는 방침을 안 가지기도 어렵습니다. 선거에 후보를 안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요. 이런 사정을 보고있으면 적어도 지금의 기준 자체가 훨씬 낮아져야 하겠다-대안정치세력의 성장을 위해서도-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거죠. 선전의 기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있는 기준이 멋대로 왔다갔다 해서도 안되는 것이겠습니다만, 현재의 기준 자체가 지나치게 높다는 생각은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의 선거제도가 '돈있는 사람만 정치할 수 있는' 제도형태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비교적 확실해 보이니까요.
  • ghistory 2010/05/10 03:38 #

    구체적 제안들(뭐 이런 게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르려면 진보신당이나 민주노동당이 가 강력해져야 할텐데)을 들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threshold를 인정하되 낮춰야 한다는 전제하에서)

    1. 선거참여시 공탁금은 자유당과 민주당이 진보당과 무소속을 배제하려고 1958년에 도입한 제도이므로, 없애거나 아무리 많아도 500만원 이하로 춰추야 함. 포말후보들의 난립을 우려한다면 공탁금 대신 일정수 이상의 추천서명을 도입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임. 사실 공탁금제도라는 게 메이지 일본에서 무산자 후보들 등록 방해하려고 창안한 일종의 장애물이었지요. 그걸 부활시킨 것입니다.

    2. 텔레비전 후보자 초총 토론회의 기준이 되는 여론조사 구조 설계의 표준화와 정례화를 법률이나 규범으로 정식화해야 함. 여론조사의 설계에 따라서 얼마든지 자의적 결과도출이 가능하므로. 표준화만큼이나 정례화가 중요한 것은, 특정 국면의 순간적 지지율 급변등을 악용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임. 서방 주요 국가들은 선거철이 아니어도 1주일이나 1개월 단위 정당-선거관련 여론조사들을 늘 실시하고 있음. 그러나 국내에서는 그런 게 없음. 물론 돈문제가 걸린다는 게 문제이지만, 못할 것은 없다고 봄.
  • ghistory 2010/05/10 18:02 #

    threshold와 관련해서 고전적 문제제기를 마지막으로 해보자면:

    가령 의회 100석을 순수 전국단위 명부식 비례대표제 방식으로 선출한다고 할 때, 0.5%~0.999…%를 받은 정당에게 의석 1석을 주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가령 0.499…% 이하 득표 정당은 어떻게 하는가? 이처럼 아무리 낮춘다 해도 threshold가 없을 수는 없음을 보여주는 거지요.

    그리고 명부식 비례대표 선거제도는 무소속 후보자를 배제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드물게 무소속 후보가 단독입후보를 허용하는 국가도 있습니다만(에스토니아와 루마니아의 유럽의회선거), 투표자들에게 도대체 저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는 게 얼마나 효능이 있겠느냐 하는 집합행동의 딜레마를 안기기도 하고(너무 많이 투표하면 당선필요치 이상이라 사표고 너무 적게 투표하면 당연히 낙선), 그렇게 차등적 기준을 적용하면 정당과의 형평성 시비도 일어납니다.

    그래서인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도이칠란트식 비례대표' 를 주장하는 것 같은데, 이것도 들어가보면 정당득표율과 소선거구 승리총수의 불일치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서 비례성이 줄거나, 의원 수가 정원외로 늘어나거나, 의원 수도 늘어나면서 비례성도 교란되는 문제점들이 일어납니다. 게다가 의석수 증가는 정당만이 누리는 것이고 무소속은 못누리는 혜택이지요.

    결론: 비례대표식 선거제도를 하려면 아일랜드식 STV만이 해답이다.
  • ghistory 2010/05/10 18:03 #

    지금까지 제가 한 말들의 의도를 정리하자면:

    '선거에서 threshold라는 것은 한가지만이 아니라 여러가지다. 그것들을 다 부정할 수는 없다' 입니다. 오해 없길 바랍니다.
  • Lucifel 2010/05/10 19:28 #

    말씀하신 논지에 대체로 동의합니다.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정론에 가까운 것이라고 해야겠네요.

    현실적으로라도 진입장벽이 존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다만 한국의 경우 다른 나라들의 모델을 참고해서 좀더 문턱을 낮추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ghistory 2010/05/10 23:10 #

    명부식 비례대표 선거제도와 무소속 후보의 긴장관계를 언급한(허용하지 않으면 정치자유 침해, 허용하면 득표비례성 교란) 제 진술의 근거들입니다:

    루마니아 2007년도 유럽의회선거-퇴케시 라슬로가 간신히 무소속 유럽의회 의원으로 당선한 반면 그보다 더 많이 득표한 2개 정당들은 5% 하한선을 넘지 못해 배제.

    http://en.wikipedia.org/wiki/European_Parliament_election,_2007_(Romania)

    루마니아 2009년도 유럽의회선거-엘레나 버세스쿠가 간신히 무소속 유럽의회 의원으로 당선.

    http://en.wikipedia.org/wiki/European_Parliament_election,_2009_(Romania)

    에스토니아 2009년도 유럽의회 선거-무소속 유럽의회 의원으로 당선한 인드레크 타란드의 득표율은 정당으로 치면 2석에 해당하나 1석만 부여. 그리하여 사표들이 대량 발생하고 의석들의 배분을 왜곡한 셈.

    http://en.wikipedia.org/wiki/European_Parliament_election,_2009_(Estonia)
  • ghistory 2010/05/12 20:41 #

    여론조사 경우에는 면접조사냐 ARS조사냐에 따라서 편차가 엄청나게 커지는군요. 의도나 방식에 따라서는 노회찬을 4.7%로도 1.2%로도 만들 위력이 있습니다. 면접조사에서는 이상규나 지상욱이 ARS조사와 그다지 차이가 없는데, 노회찬의 편차는 큽니다. 이런 점이 정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봅니다.

    http://www.sisa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5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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