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디아 이야기

디아블로2 에는 UberDiablo 라는 수퍼 유니크 몬스터가 있다. 이녀석을 잡으면 유니크 스몰 참인 '애니힐러스 참'을 주는데, 이것의 옵션이 아주 훌륭하다. 스몰참 주제에 올스킬+1에 올레지, 올스탯이 붙어있고 경험치 보너스까지 있으니 말이다.

물론 이렇게 좋은 아이템을 주는 녀석을 쉽게 찾을 수 있을리는 없다. 우버디아의 출현조건은 매우 까다로운데, 유니크 링 아이템인 stone of jordan(통칭 '조단링')을 적어도 수십개에서 많게는 수백개에 이르기까지 그냥 '상점에 팔아야'한다는 것이다. 드랍률이 그렇게 높지 않고, 트레이드가치도 상당한 이 아이템을 인벤 단위로 상점에 갖다 버리다시피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참고로 디아블로2는 게임머니 자체의 가치가 거의 없고, 유저간 트레이드에는 룬이나 참등이 화폐로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황당한 출현조건이 나온 것에는 사실 블리자드의 고심이 담겨있다. 아이템 복사가 한창 성행하던 시절, 아직 확장팩이 나오기 전, 디아블로 세계에 통용되던 화폐는 바로 이 조단링이었다. 따라서 가장 복제가 많이 된 아이템도 바로 이 조던이었다. 나같이 플레이하는 라이트유저들에게야 플레이 내내 한개도 제대로 만져보기 어려운 것이었지만, 괴수급 플레이어들에게는 인벤 단위로 취급하던 물품이기도 했더랬다. 어쨌든, 그렇게 중요한 물품이었기에 아이템복사 방법이 밝혀지면서 많은 이들이 조단을 복제했고, 엄청난 숫자의 조던이 디아 세계에 풀렸다. 너무나 많아진 그 아이템을 처리할 방법을 고심하던 블리자드가 내놓은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우버디아였던 것이다. 조던을 상점에 처분해버리게 함으로써 디아블로 세계에 풀린 조던의 숫자를 줄이고, 새로운 아이템인 애니힐러스 참도 유저들에게 풀고... 뭐 사실 주워들은 이야기라 정확한 것은 아니고, 대강 이런 사정이 있는 것으로 안다.

어쨌든, 그렇게 대량의 조단이 팔리는데 고작 애니힐러스 참 하나로 만족해야 한다면 억울한 일이다. 요즘은 복사템도 예전보다는 구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고있는데, 그렇다면 조던의 가치는 우버디아 시스템이 처음 생기기 전보다 훨씬 더 높다는 이야기가 되니 더욱 그러하다 하겠다. 그래서 블리자드는 이 조던매각->우버디아 등장의 이벤트를 해당 사건이 일어나는 게임 하나에만 한정시키지 않고, 같은 게임IP를 공유하는 모든 방에 적용되게 만들었다. 배틀넷에서 생성되는 디아블로 게임에는 각기 고유의 IP가 부여되는데, 같은 아이피에 여러개의 방이 생성될 수 있다. 그중 어떤 방에서든지 조건을 만족할 만큼의 조던이 상점에 팔리게 되면, 해당 IP의 모든 게임에서 동시에 우버디아가 출현하게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서버 전체의 축제가 되는 셈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우버디아를 출현시키는 이러한 일련의 행위를 '우버 이벤트'라고 부른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만큼, 이러한 우버 이벤트는 몇몇 초갑부 유저들이 서버 전체를 위해 베푸는 차원에서 하는 경우도 있고, 혹은 클랜 단위로 조던을 모아서 치르는 경우도 있다. 어쨌거나 그러한 이벤트를 열어주면 같은 시간대에 같은 아이피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모든 유저(1게임당 1개뿐이지만)가 우버디아를 잡아서 애니힐러스 참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이 참의 가치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알려진 이후, 많은 갑부 유저나 클랜들이 이른바 '우버이벤'을 실시했다. 조던을 상점에 팔 시각과, 그 행위를 할 게임의 IP를 미리 공개해서, 최대한 많은 유저들이 미리 같은IP를 잡기 위해 계속 방을 만들었다 없앴다 할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이벤트 주최자는 대개 자신의 아이피를 잡아놓고 시간이 되면 조던을 파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이 되면 자신은 우버를 만나는 것이고, 이 소식을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알게 된 다른 유저들은 조던을 팔기로 한 그 시각 전까지 최대한 조던이 팔리는 게임과 같은 IP의 방을 잡기 위해 게임room 개설시도를 하는 것이다.

사실 한 IP에 생성되는 게임의 수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로 우버 이벤트가 열렸을 때 애니힐러스 참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은 그다지 높지는 않다. 또한 디아블로2 배틀넷의 독특한 시스템인 '렐름다운' 때문에, 계속해서 게임을 만들었다 없앴다 하며 서버에 부하를 주는 경우 접속 자체를 일정시간 막아버리는 형벌(?)을 당하게 되는고로, 게임 자체를 얼마간 못하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래서 될때까지 초고속으로 방을 만들었다 깼다 하는 수법을 사용할 수도 없으므로 확률은 더 낮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이 좋은 사람은 우버이벤트 덕분에 애니힐러스 참을 먹을 수 있게 되고, 설령 내가 먹지 못하더라도 이것이 서버에 많이 풀려 가격이 내려가게 되면 결국 나중에는 나도 그것을 싼값에 구할 수 있게 되니, 어찌되었든 좋은 이벤트라고 할 수 있겠다. 뭐, 내 평생에 수백개의 조단을 구해서 저 이벤트를 하게 될 날은 올 것 같지 않기는 하지만.

여하간, 최근에 디아블로 커뮤니티인 트레디아에서 이러한 우버이벤트를 몇차례 진행했었다. 나도 애니힐러스를 득하겠다는 일념으로 3~4일간 참여를 해보았는데 결과는 모두 꽝. 전혀 IP를 잡지 못했다. 에휴... 내 게임 인생이라는게 대개 이런식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1.13패치 이후 처음으로 애니참을 좀 얻어보려는데 이렇게 도와주질 않으니 배틀넷이 살짝 야속하기도 하다.

뭐 언젠가는 얻을 수 있겠지. 나도 하드코어에 고레벨 캐릭터를 여럿 갖춘 훌륭한 디아블로 플레이어가 되는 그날까지 쉬엄쉬엄 열심히(?) 플레이 하는거다.

덧글

  • Cruel 2010/05/22 01:49 # 답글

    어디선가 본글에서 블리자드가 디아블로2때 실해했던 정책으로는 골드를 게임상에서 화폐화 시키지 못했다는점이 생각나네요.

    (단순히 수리비 외에 약간의 소모품 구입 빼고는 전혀 쓸데가 없는점, 하지만 도박이라는 시스템에선 성공했다고 함)

    현재 대부분 온라인 게임들보면 화폐가 대부분 그 게임상에 나오는 "돈"입니다만, 디아블로의 경우는 워낙 골드가 콸콸 넘치는 게임이었기에

    (토파즈 알리바바와 토파즈 샤코만 있으면 당신도 골드왕)

    조던링이 그자리를 차지해버린게 좀 우스꽝스러운 일이기도.

    디아블로3에서는 부디 그런일이 없기를...
  • Lucifel 2010/05/23 20:46 #

    골드가 넘쳐서라기보다는 골드로 할 수 있는게 없었기 때문이죠. 돈으로 할 수 있는게 겜블말곤 없었으니까요. ㅎ

    어쨌든 조던이든 룬이든 참이든 다른 것이 화폐자리를 차지해서 잘 운영되고 있었으니 그건 상관없는데, 디아2의 인벤토리 시스템은 너무 불편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트레이드도 마찬가지... 이런게 좀 나아지기를...
  • 도룡뇽 2012/09/14 15:53 # 삭제 답글

    잘정리하셨네요

    이것좀 디아3 관련 사이트에 퍼가도 되죠? 문제가 되면 삭제하겠습니다. 출처는 정확히 밝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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