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닥에서 나와 함께 뒹굴어온 오랜 친구라 하면 일단 PC부터 시작해서 여럿 있겠지만, 그중 가장 친애하는 벗이라고 할 수 있는 PlayStation 2 와 헤어진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차세대기인 Xbox360으로 갈아타면서, 티브이도 교체했고, 에뮬레이터까지 떠버린 상황에서 이녀석을 만날 일은 앞으로도 그다지 없을 것 같다.
그러한 사정에도 그동안 함께해온 정이 있기에 팔아치우지 않고 방의 한구석에 남겨두었던 기억의 조각들을 이번에 처분하기로 하였다. 나혼자 가지고 논것들도 있고 뚱딴지님과 같이 가지고논 즐거운 시간의 기억을 만들어준 것들도 있다.

부신은 뚱딴지님이 발견한 명작 RPG. 아틀라스가 숨겨진 명작을 만들곤 하는데 이녀석도 그런 것이었다. 위저드리의 시스템에 일본식 RPG를 잘 조합해 만든 멋들어진 녀석이었다. 훌륭한 스토리는 말할 것도 없다.
아크더래드는 나는 하지 않았고, 뚱딴지님이 거의 PS용 RPG의 입문작으로 했던 녀석이 아닌가 싶다. PS 초기작 치고는 깔끔한 그래픽이었고, 내용도 비교적 재미있었던 수작.
슈로대 시리즈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얼마전에도 갑자기 슈로대가 하고 싶어서 에뮬로 Z를 돌려보지 않았던가. 이제 일본어를 익힌 뚱딴지님도 슈로대를 해보게 해야겠다.
마계전기 디스가이아는 정말 한동안을 즐거이 폐인으로 살게 해준 녀석이었다. 진짜 완전 공략을 해서 초마왕 바알까지 원킬하는 수준으로 키우지는 못하고, 들고있기 꼼수로 바알을 잡을 수 있는 궁극초마인을 만드는데까지 도전해서 성공했었는데, 솔직히 이것만 해도 장난아닌 노가다였다. 뭐, 온라인 게임 하는 사람들이 보면 코웃음칠 노가다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중독성 만빵! ㅎㅎ
삼국지전기2는 코에이가 삼국지로 참 여러가지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해준 게임이었다. 연쇄를 만드는 퍼즐같은 게임 구성은 꽤 재미있었다.
도로로는 영화로도 나온 그것. 이것도 PS2 초기작이라 아무런 기대도 안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할만해서 엔딩까지 달렸던 녀석.
모노노케 이문록은 저예산에 게임성으로 승부하는 애완동물 배틀 시스템(?)의 게임이다. 그래픽이 조잡하긴 하지만 나름 할만하긴 했었다. 스토리는 이렇다할 것이 없긴 했더랬지... 모든 캐릭터를 하려 하였으나 그럴만큼 재미있지는 않아서 한번 엔딩보고 치웠던 기억이 난다.
메기솔 3. 아... 메기솔 3. 말이 필요없다. 뱀병장님. 흑흑. 메탈기어 시리즈를 전혀 모르던 내가 갑자기 메기솔의 팬이 되게 만들 정도로 잘 만들어진 게임이었다. Fox까지는 받았는데, 결국 FoxHound를 못받은걸 보면 역시 나는 액션에 약한 듯. (그럼 대체 뭐에 강한거냐?) 아무튼, 메기솔4는 나중 플삼을 구입한 이후로 미루고, 조만간 발매될 Rising이었나는 기회가 되면 해야지 싶다.
파판 X. 뭐 두말할 필요 없는 PS2 최강의 명작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사실 위의 메기솔이라거나 부신같은 것들도 못지 않은 명작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단 인지도 같은 것에 있어서 최강일테니. 실제로 스피어반 노가다에 페넌스 잡기까지 정말 열심히 했고, X-2도 1회차 100% 달성까지 해가면서 부지런히 했었더랬다. 뚱딴지님도 X의 엔딩은 보았더랬지.

스파4는 오늘 팔려고 했는데 실패. 슈퍼스파 나온 이후로 너무 물량이 많이 풀려서 사들이기가 어렵다고 한다. 뭐 이해되는 이야기. 예전에 에반게리온2도 못팔뻔 했는데 ㅎㅎ 그러고보니 데메크2도 안사준다. 어, 그러고보니 어디갔지? 팔았나?
닌자가이덴 2는 원래 하려고 모셔놓은 것인데, 요즘 영 게임할 시간이 없어서 나중에 하기로 했다. 사실 좀 한가해지면 플삼을 장만해서 시그마 버전으로 1부터 한꺼번에 해도 되고. (시그마가 합본 맞나 모르겠다)
어쌔신 2 역시, 재미있게 하던 도중이었는데, 일단 지금은 처분하고 후일을 기약하기로 했다. 나중에 플래티넘 버전 같은 것이 DLC를 포함해서 나온다면 그걸로 하면 되겠지. 가격도 좀 다운될테고. 게임할 시간이 부족한 것이 크다.
테일즈 오브 베스페리아는 뚱딴지님이 하려고 산 것인데, 이것도 요사이 게임할 시간이 별로 없는 관계로 처분해버리기로 했다. 나중에 플삼을 장만한 후에 완전판 ㅡㅡ; 으로 즐기면 될 듯 하다.
그리고 용과 같이 켄잔! 기무라에게 빌린 플삼과 함께 한때를 정말 즐겁게 보낸 녀석이다. 내가 플삼유저라면 소장을 진지하게 고려해보겠으나, 일단 플삼유저가 아니고, 무엇보다도 거의 완벽클리어를 한 이 게임을 다시 잡을 일은 없을 것 같은고로 눈물을 머금고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예전에 한번 처분의 칼바람이 몰아쳐 상당수를 돈으로 바꿨었는데도 여전히 많이도 남았구나 싶다. 한번 사들인 물건을 팔거나 내돌리기 싫어하는 나의 성격때문인 탓도 있지 않을까 한다. 어쨌든 PS2 게임에 대해서는 마지막이 될 정리해고(?)의 칼바람에도 살아남아 영구소장용의 지위를 득한 녀석들은 다음과 같다.

메기솔4는 친우에게 빌린 것이라 돌려주어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반쯤 떼어먹은 상태이고, 기어즈 시리즈는 당연히 소장. 특히2는 아직 매우어려움을 클리어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만간 플레이 해야 한다. 천주 천란은 명작이라서라기보다는 도전과제 100% 달성을 위해서, 그리고 암살게임에 대한 애착 때문에 남겨두기로 했다. 팔아봤자 돈도 얼마 안될 것이기도 하고...
이렇게 남길 것을 남기고 처분할 것을 가져가 게임샵에 매각하니 대략 22만원 정도가 나왔던 것 같다. 생각보다 상당한 돈이었다. 어쨌든 매각하러 간 김에 고전게임을 좀 집어오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국전을 이리저리 헤매여 게임을 구입하기도 했다.


어쨌든 이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한 기억의 조각들과 일부는 이별하고, 일부는 계속 함께하기로 하였고, 또 새로운 기억을 쌓아나갈 재료들을 가져오기도 했다. 요즘은 영 게임할 시간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조금씩이라도 새로운 기억을 쌓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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